[대한경제=안재민 기자] 엔지니어링사들이 초기 민간투자사업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로 재미를 보고 있다. 소액이지만 펀드에 출자해 일정 수익은 물론 업계 동향, 신기술 현안 등을 습득할 수 있어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신과 한국종합기술, 태조엔지니어링은 지난 2023년 하나금융그룹이 설정한 블라인드펀드에 10억원씩 출자했다. 이 펀드는 650억원 규모로 하나은행이 500억원을 투자하고 현대로템(50억원)도 출자했다. 이 펀드는 최초 제안 민자사업 또는 제3자 제안사업, 인허가를 끝낸 연료전지사업에 투자한다.
이 펀드가 투자한 대표적인 사업은 ‘부산형 급행철도(BuTX)’다. BuTX는 부산광역시가 부울경 대도심권의 심각한 교통 문제와 가덕도신공항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도입하는 급행철도로, 수소 전동차로 대심도 터널을 이용해 가덕신공항에서 명지, 하단, 북항, 부전, 센텀을 거쳐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까지 30분대에 주파한다. 하나은행을 비롯해 유신(설계)과 현대로템(차량기술) 등이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제안했으며, 사업자 운영기간은 40년이다. 총 사업비는 4조7692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은 부산시가 지난 3월 ‘제2차 부산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우선순위 1위로 선정한 역점사업으로, 현재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받고 있다.
유신은 또 지난 2023년 한국벤처투자가 주도해 설정한 775억원 규모의 ‘미래환경산업분야 모태펀드’에도 출자했다. 모태펀드란 정부 재정이나 기금을 출자해 조성한 것으로, 다른 펀드(벤처펀드, 창업투자회사 펀드 등)에 출자해 간접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 펀드의 GP(위탁운용자)는 현대차증권과 인프라프론티어자산운용이며,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500억원), 민간출자자(250억원), 현대차증권(20억원), 인프라프론티어자산운용(5억원) 등이 주요 출자자다. 이 중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출자액은 환경부 계정에서 출자됐다.
이 펀드의 투자 대상은 청정대기산업, 자원순환 등 5대 핵심녹색분야를 포함한 미래환경산업을 영위하는 창업기업, 중소기업으로, 해당 섹터 내 바이오가스, 폐배터리, 탄소배출권 등 7개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통상 인프라 사업의 앞단인 설계를 주로 수행하고 민자사업의 노선을 구상해온 엔지니어링사들은 펀드 출자를 통해 일정 수익과 함께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펀드 출자 뒤 투자처가 정해지면 동종 업계와 신기술 흐름을 폭넓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엔지니어링사 임원은 “향후 인프라 사업에서 설계뿐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 역할 등을 수행할 계획으로, 다양한 신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며 “펀드 수익률이 6% 수준으로 일반 예금보다 높아 메리트가 있는 데다 건설분야에 치중한 설계사 입장에서 출자 경험은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