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투시도: 현대건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강남구가 서울시의 완전한 ‘소셜믹스’, 시설 중심 기부채납 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데이케어센터부터 어린이집까지 시설 기부채납 방식은 결국 각종 유지관리 비용 등 구 재정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셜믹스를 일부 위반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 기부채납을 적극 수용해 기부채납 시설물 관리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0일 강남구에 따르면 구는 대치동 구마을 제3지구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조합(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서 발생한 벌금성 현금 기부채납액 20억원 중 30%를 배정 받는다. 약 6억6000만원 수준의 수입이 발생한 것이다.
강남구 이 사업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조합은 조합원, 일반분양, 임대주택에 대한 동호수 추첨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았다. 조합원 우선 추첨 후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을 추첨했다. 추첨결과도 곧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구는 이를 사업시행인가 조건 위반으로 보고 정비계획을 변경해 현금 기부채납 근거를 신설했다. 부당이익금 성격의 현금 기부채납액은 전체 주택에 대한 재추점 시점을 기준으로 감정평가해 조합원분과 임대주택 차액의 3.5배로 산정했다. 현금 기준 약 20억원이다.
구는 현금 기부채납이 징벌적 부당이익금 성격이라는 서울시의 입장과는 달리 현금 자체에 주목했다. 복진경 강남구의회 부의장은 “기부채납을 받을 때 항상 서울시의 7 비율만 생각하고 3은 생각 않는데 3이 더 소중하다. 이건 잘한 사례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강남구가 현금 기부채납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구 관내에만 정비사업장이 30곳을 넘기 때문이다. 이에 기부채납을 시설로만 수용할 경우, 구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복 부의장은 “재건축에서 기부채납을 받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든 건물을 짓다 보면 유지관리비만으로도 구 재정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도 “서울시에서 기부채납 시설 용도를 정해주면 해당 구청에서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설 종류가 확정되는 경우에 구 자체적으로도 예산이나 인력을 확보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치동 구마을 제3지구 조합 사례처럼 조합원 동호수 뽑기만 먼저 진행하고 실질적으로 서울시의 소셜믹스 취지에 맞게 배정했다면 현금 기부채납을 적극 활용하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구의회 회의록을 보면, 전지은 재건축사업과장은 “소셜믹스는 기본적으로 다 된다. 무자비한 기부채납을 받는 것 보다는 현금에 대해서도 지금 연구 검토를 하고 있다”며 “향후 연구결과가 나오면 반영토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특히 구는 이번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사태가 구 관내 재건축, 재개발사업에서 얼마든지 되풀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현금 기부채납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과장은 “이 현장은 (소셜믹스) 과도기여서 발생했다고 치더라도 다음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며 “강남 같은 경우는 층수에 따라 가격이 많이 차이나기 때문에 또 그냥 조합이 의도적으로 (동호수 우선 추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