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법원 “증거인멸 우려”
재구속 첫날 ‘건강이유’ 재판 불출석
김건희ㆍ채상병 특검수사 탄력 주목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0일 조은석 내란 특검팀에 재구속됐다.
12ㆍ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이후 4달 만이다.
특검 수사 초반부터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내란 특검은 물론 김건희ㆍ채 상병 특검 등 다른 특검 수사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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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범죄사실을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게 남 부장판사의 판단이다.
전날 영장심사가 끝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윤 전 대통령은 곧바로 입소해 수용자 신분이 됐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기본적으로 구속수사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일 뿐, 유무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을 기초로 법원이 범죄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됐는지 들여다보고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를 통해 수사의 동력을 한층 더 얻게 됐다.
실제로 윤 대통령 측은 전날 영장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법원은 특검팀이 제시한 관계자 진술과 물적 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 당시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체포 저지를 지시한 혐의를 비롯해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7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군 인사들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경호처에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내란 혐의 재판에서도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유도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계엄 선포 명분을 쌓으려고 군 드론작전사령부에 이른바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하는 등 북한을 도발하려 했다는 의혹 등이다.
내란 특검은 3대 특검 가운데 수사 개시가 가장 빨랐을 뿐만 아니라, 수사 초반부터 각종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향해 칼날을 겨누는 등 ‘속도전’을 벌였다. 계엄 사후 문건 작성ㆍ폐기 의혹에 연루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계엄 선포 다음날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한 김주현 전 민정수석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지난 4월 재판이 시작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칙적으로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이 나와야 재판이 진행된다.
다만 재판부는 국군정보사령부 고동희 전 계획처장(대령)과 국군방첩사령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은 그대로 진행했다.
내란 특검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는 11일 윤 전 대통령 구속 이후 첫 조사를 예고했다.
박지영 내란특검보는 “수사 방식은 사회 일반 인식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직 대통령 신분을 당연히 고려할 것”이라며 “다만 그 외에는 다른 피의자와 달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할 경우 ‘일반 피의자’처럼 대우하겠다며 강제 구인 조치 등 검토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른 특검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은 이날 삼부토건 이일준 현 회장과 조성옥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에 김 여사가 연루됐는지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이 사건은 삼부토건 측이 2023년 5∼6월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게 골자다. 주가 급등 시기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재건 사업을 논의한 시점과 겹친다는 이유 등으로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검팀도 이번 의혹의 단초가 된 이른바 ‘VIP 격노설’을 수사하기 위해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자택과 국방부, 국가안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채 상병 특검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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