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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백악관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개국에 ‘관세 부과’ 추가 서한을 보내며 협상국들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박을 확대ㆍ강화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브라질(50%), 필리핀(20%), 알제리(30%), 이라크(30%) 등 8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브라질의 상호관세를 당초 예고한 10%에서 50%로, 40%포인트(p)나 올린 것이 가장 주목된다. 브라질은 중국ㆍ러시아와 함께 ‘서방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력체인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ㆍ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심 회원국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지난 6일 정상회의에서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상호관세를 비판했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며 트럼프를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는 추가로 10%의 관세를 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미 중심의 무역 질서에 동조하는 국가들에 브라질을 ‘본보기’로 삼아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이어 정치ㆍ외교ㆍ안보 문제까지 ‘관세 압박’을 통해 풀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품목별 관세 또한 확대ㆍ강화해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구리 품목에 대한 ‘50%’ 관세 부과를 8월1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필요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말 두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상기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협상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전날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서 잦은 언급을 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의 ‘핵심 타깃’이라는 관측마저 부상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실효 관세율 모니터’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한국에 대한 실효 관세율을 15.0%로 추산했다. 미국과 교역량이 가장 많은 상위 15개국 중 중국(41.4%)과 일본(16.5%)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설상가상 반도체와 전자제품, 의약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의 실효 관세율이 18.7%로 증가할 것으로 피치는 내다봤다.
트럼프가 무차별 관세를 시행ㆍ예고한 품목인 반도체, 전자제품, 의약품 등이 한국의 주력 품목인 만큼, 우리나라를 향한 유례없는 여론전이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닐 것이란 견해에도 힘이 실린다.
우리 정부는 조선ㆍ에너지ㆍ제조업 등 트럼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와 방위비 분담금의 현실적인 인상 등을 카드로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인하를 요청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그간 행보를 고려할 때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타결 직전까지 갔던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트럼프가 일본 측의 자동차 관세 인하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아 불발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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