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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온, 완속충전기로 ‘게임 룰’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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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15 05:20:19   폰트크기 변경      
급속충전기 대기업들 적자 늪… 완속시장 4년간 4.4배 성장, AI·오토차징 기술로 차별화

완속충전기 4년간 4.4배 성장, 전체의 88.6% 차지
급속충전기 대기업들 적자 늪, 완속은 안정 수익
9월 오토차징, 11월 AI 충전 효율화 서비스 출시
IT 인력 23배 증가, 글로벌 진출 목표

지난 4일 서울 중구 에버온 본사에서 만난 유동수 대표. / 사진: 민경환 기자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전기차 보급 ‘핵심’ 대우를 받는 건 급속 충전기다. 하지만 실제 전기차 차주들의 생활패턴과 충전 요금, 실용성을 따져보면 일상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인프라는 완속 충전기다. 국내 대표 전기차 충전기 플랫폼 기업인 에버온은 완속 충전기 시장에 ‘올인’하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에버온 본사에서 만난 유동수 대표는 “단순 충전기 영업권 확대와 기술 경쟁을 넘어 서비스 차별화로 게임의 룰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지난해 말 기준 39만4132대다. 2021년 말(9만4041대)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완속 충전기는 7만9068대에서 34만9556대로 4.4배 늘며, 급속 충전기(약 3배) 성장을 앞질렀다. 지난해 전체 충전 인프라에서 완속 충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88.6%에 달했다.

국내 완속 충전기 시장이 급속 성장하며 에버온 매출은 2021년 110억원에서 지난해 467억원으로 4배 넘게 올랐다. 올해는 매출 642억원에 3년만의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 막대한 투자비와 전기차 수요 정체로 주춤한 급속 충전기 시장과 달리 완속 시장은 상위권 기업을 중심으로 그간의 투자가 규모의 경제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에버온은 지난해 말 기준 4만3169대의 충전기와 회원 31만명을 보유한 국내 2위 충전 사업자(점유율 12%)다. 1위는 6만3907대를 설치해 점유율 18%를 기록한 GS차지비다.

유 대표는 2017년 전기차 셰어링 업체였던 에버온 인수 후 생활형 전기차 인프라로서 완속 충전기 시장의 가능성을 포착했다. 비싼 충전 요금과 배터리 방전 직전 등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보험’ 성격이 강한 급속 충전기 시장에 비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완속 충전기는 주로 주거지, 직장 등 장시간 주차가 가능한 생활권 중심에 설치돼 사용 빈도가 높고 고정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급속 충전기는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장거리 이동 중 급하게 충전이 필요할 때나 공공주차장·대형마트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서비스해 수익성이 불투명하다.

실제로 ‘블루오션’으로 꼽히며 대기업 투자가 줄을 잇던 급속 충전기 시장은 막대한 투자비와 수요 정체 등으로 대기업 계열사조차 적자폭을 키워가고 있다. SK일렉링크는 지난달 최대주주가 SK네트웍스에서 홍콩계 사모펀드로 변경됐고, 이브이시스(롯데)는 2023년 영업손실 26억원대에서 지난해 133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GS차지비 역시 2023년 94억원대에서 지난해 185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웠다.

유동수 에버온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대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에버온은 전국 각지에 보급한 충전 인프라를 통해 연내 신기술을 차례로 선보인다. 전력선 통신(PLC) 기술을 활용한 오토차징 기술과 AI(인공지능) 충전 효율화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오토차징 기술은 충전 시 카드 태그나 앱 결제 등 별도 이용자 식별 절차 없이 충전기를 꽂기만 하면 차량 인식과 이용자 식별을 자동 수행한다. 에버온은 오는 9월 오토차징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PLC 모뎀을 활용해 전기차 기기 식별 코드를 인식하고 차량과 결제정보 등을 구분한다.

에버온이 선보이는 오토차징 서비스는 테슬라 슈퍼처저 등 일부 급속 충전기에서는 가능하지만, 완속충전기에서는 최초로 테슬라까지 자동 인식을 지원한다. 하반기 설치 예정인 1만여대 충전기부터 오토차징 서비스를 적용하고, 기존 충전기도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지원한다.

오는 11월에는 AI로 고객 패턴을 분석해 효율적 충전을 지원한다. 이용자 생활 패턴과 시간대별 전기요금을 분석해 충전 효율을 높이고 요금 절감을 돕는다. 추후 최적 충전 횟수 추천, 예약 충전 기능도 제공한다.

에버온은 안정적 서비스 기반 위에 혁신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충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인프라 관리팀과 유 대표 인수 후 신설한 IT 연구소가 양대 축이다.

유 대표 취임 후 가장 크게 성장한 조직은 IT·연구 인력이다. 인수 당시 1명이었던 기술 인력은 IT센터와 배터리 연구소를 중심으로 현재 23명으로 늘었다. 오토차징, AI 충전 효율화 기술 등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유 대표는 “완속 충전기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반기 선보일 서비스를 고도화해 내년 매출 1000억원 달성과 중동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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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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