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간 열 가하는 콘칼로리미터법
모두 타버려도 바닥 안보이면 ‘적합’
현행시험 기준 현실 반영 못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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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별 시험 전(위 왼쪽 글라스울, 오른쪽 EPS) 후 비교 모습. 접착제만 연소돼 하얀면이 드러난 글라스울(아래 왼쪽)과 달리, EPS(아래 오른쪽)는 다 타버려 재가 됐다. /사진: 서용원 기자 anton@ |
[대한경제=서용원 기자]“다 타버렸지만, 규정상 준불연입니다.”
지난 9일 경기 화성시 소재 벽산 기술연구소에서는 흥미로운 공개 시험이 진행됐다. 샌드위치패널 심재용으로 사용하는 EPS(발포플라스틱)와 글라스울에 대한 준불연 성능 시험이었다.
시험은 콘칼로리미터법(KS F ISO 5660-1)으로, 단열재에서 잘라낸 시료에 650℃ 고온을 10분간 가한 뒤, 균열이나 구멍 발생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EPS에 열을 가하자 1분도 채 되지 않아 불이 치솟으며 연소가 시작됐다. 10분 후 꺼낸 시료에는 재만 남았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볼펜을 찔러 넣자 푹 들어갔으며, 시료를 감싼 틀을 제거하자 모래처럼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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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칼로리미터법 시험장비(왼쪽)와 EPS 시험 모습. 위에서 열을 가하자 EPS에 불이 붙었다. /사진: 서용원 기자 anton@ |
하지만, EPS는 준불연 적합 판정을 받았다. 모두 타버렸음에도 바닥이 보이지 않고 시료에 구멍이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벽산 관계자는 “시료가 모두 연소해도 바닥 노출이나 구멍 생성이 없으면 규정상 적합 판정을 받는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준불연 EPS가 이런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험을 지켜본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심재가 이런 상태인 만큼 EPS패널을 사용한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패널이 무너져내리기도 한다”며 “시험 기준 강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글라스울 시험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불연재인 글라스울은 시험 후에도 형태를 유지했다. 열이 닿은 면이 하얗게 변하고 일부는 그을렸지만, 기본 구조와 강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벽산 관계자는 “글라스울은 원래 하얀색인데, 접착제 때문에 노란색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연소 후 접착제가 날아가 하얗게 보일 뿐, 심재 자체는 그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단열재업계에서는 일부에서는 현행 시험 기준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단열재가 전부 타버려도 바닥 노출이나 구멍이 없다면 준불연으로 인정되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PS업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발포플라스틱협동조합 관계자는 “10분만 불에 버티면 준불연 인정을 받는 이유는, 실제 화재 시 10분이면 충분한 대피 시간을 확보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10분 뒤 재가 되긴 하지만, 그 직전까지는 버틸수 있다. 이밖에 실물모형시험 등도 진행해 준불연 인정을 받는 만큼 실제 현장에 활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글라스울업계 관계자는 “대형공장 등에서는 10분 안에 대피하기 어려운 환경이 많다”며 “반복되는 대형 화재로 인명 피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더는 침묵할 수 없어 업계 최초로 시험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시험 기준 강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1년 12월 건축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샌드위치패널 심재는 시험을 통해 준불연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시험은 콘칼로리미터법을 비롯해 가스유해성 시험(KS F 2271), 실물모형(실대형화재) 시험(KS F ISO 13784-1, KS F 8414) 등이 포함된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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