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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균 에너지11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이 개최한 ‘고성능 나트륨 배터리(SIB) 개발 현황과 상용화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계풍 기자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해외 바이어들이 저희에게 요구하는 바는 딱 하나, 바로 ‘탈(脫)중국’입니다. 이미 중국 업체가 선점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따라가는 이상 중국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나트륨 배터리(SIB)가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영균 에너지11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이 개최한 ‘고성능 나트륨 배터리(SIB) 개발 현황과 상용화 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보조금에 의존하던 전기차 시장이 순수 가격 경쟁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하 대표는 “현재 전기차 가격이 2만5000달러인데 배터리 가격이 1만5000달러”라며 “보조금 없이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1만 달러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트륨 배터리가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400배 풍부한 자원으로 원재료 가격이 30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리튬 대비 30% 이상 가격 절감이 가능하면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LFP 배터리와 비슷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나트륨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나트륨 배터리 업체 99개 중 83.7%가 중국 기업이다. 하 대표는 “지금쯤 되면 한 150개 업체 정도로 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업체들의 전략은 명확하다. 기존 LFP 생산라인을 활용해 빠른 시장 선점을 노리는 것이다. 하 대표는 “LFP와 나트륨 배터리 공정은 소재만 다를 뿐 굉장히 비슷해 기술만 있으면 1∼2년 만에 개발이 가능하다”며 “CATL, 하이나배터리 등 중국의 LFP 배터리 업체들이 급변하는 시장에 대비해 사전 준비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중국의 압도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해외 고객사들은 국내 기업의 나트륨 배터리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하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 바이어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친환경성, 공급망 안정화, 그리고 탈중국”이라며 “특히 LFP 비중이 높은 ESS 시장에서 이런 요구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나트륨 배터리 개발사인 에너지11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나트륨이온전지’ 과제를 총괄하며 에코프로비엠,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25개 산학연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에너지11의 핵심 경쟁력은 고체전해질 기술이다. 화재 안전성을 극대화한 필름형 고체전해질로 분리막을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하 대표는 “중국과 한국 데이터의 차이점은 ‘신뢰성’”이라며 “국내에서 만드는 데이터는 믿을 수 있어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2030년을 나트륨 배터리의 진정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140~160Wh/㎏ 수준인 에너지밀도가 200Wh/㎏에 도달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200Wh/㎏은 LFP 배터리(160∼170Wh/㎏)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삼원계 배터리(230Wh/㎏)에 근접한 성능이다. 이 수준에 도달하면 ESS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 진출도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 대표는 “200Wh/㎏이 달성되는 순간 시장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그 시기가 리튬 전지가 나트륨 전지로 전환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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