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정상화까진 갈 길 멀다”
형평성ㆍ특례 논란 불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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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 참가한 의사와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운영 등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지난해 2월 6일.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그날부터, 전국 의대는 문을 닫았다. 동맹휴학에 들어간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했고,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났다. 환자 진료는 줄었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위태로웠다. 그로부터 509일, 의과대학 학생들이 마침내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ㆍ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복귀 시점은 ‘가급적 빠르게’로 명시됐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각 대학과 교육부의 협의에 맡겨졌다.
이번 선언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첫 ‘무조건 복귀’다. 이선우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 정부 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조율이 있었다”며 “환자를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귀가 곧바로 수업 재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에서 유급 대상자는 8305명, 제적 대상자는 46명에 이른다. 상당수는 올해 1학기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 유급 또는 제적 처분 대상이 됐다. 의과대학 학사제도는 학년제 중심이기 때문에 1학기를 이수하지 못한 경우 2학기 복귀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대해 의대협은 “날림 교육 없이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존 복귀생들과의 형평성 문제, 방학 조정 등은 각 대학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복귀는 환영하지만 교육의 질은 양보할 수 없다”며 “1학기 유급 사정은 이미 마무리됐고, 학사 유연화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복귀 시기와 방식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의 복귀 문제는 또 다른 축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4일 박주민 국회 복지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복귀 선결 조건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어 19일 열리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내부 의견을 모은다.
전공의들이 내건 1순위 조건은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다. 대전협이 최근 전공의 84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6.4%가 이를 복귀 조건으로 꼽았다. 그 외에도 △수련 연속성 보장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 △수련환경 개선 등이 주요 요구로 제시됐다.
전공의 복귀는 병원 진료 정상화를 위한 필수 요건이지만, 현실적인 벽은 여전하다. 이미 절반 이상이 다른 병원이나 기관에 자리를 옮겼고, 복귀 의사가 없다는 전공의 중 72.1%는 내과ㆍ외과ㆍ산부인과ㆍ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에 소속돼 있다. 전공의가 없는 수련병원은 외래와 입원진료를 제한하고 있고, 일부 대학병원은 수개월 간 수천억 원의 재정 손실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향후 전공의ㆍ의대생 복귀를 돕기 위해 어떤 행정 조치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유급·제적 관련 학사 구제, 전공의 입영 연기 등 특례 조치가 논의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전공의·의대생에게만 지속해서 특혜성 조치를 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자발적으로 복귀한 이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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