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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춘천 그리고 새로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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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16 06:00:18   폰트크기 변경      
출렁다리ㆍ케이블카ㆍ감자밭

새로운 춘천 명소…여기도 가봤어?


‘춘천사이로 248’ 출렁다리.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춘천에 가면 공지천 옆 ‘이디오피아 벳(Bet : 집)’에 들르게 된다. 꼭 가려고 했던 건 아닌데 항상 그렇게 된다. 그때마다 카페 앞 자전거 대여소를 보며 자전거를 타면 어디로 가는 건지 생각만 했다. 지난봄 춘천에 갔을 때도 어김없이 이디오피아 벳에 갔고 옛모습 그대로인 자전거 대여소를 지나쳤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젊고 실행력이 좋은 딸, 아들과 함께였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전거를 빌렸다.


공지천 자전거길


나무 그늘 아래에서 페달을 밟았다. ‘아∼좋다!’ 물길을 따라가는 자전거길에는 녹음의 향이 짙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이 겹치는데 부딪히거나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중간 중간 데크를 깔아 보행로를 넓히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만큼 찾는 이가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곳에는 출렁다리가 놓여졌는데 다리에 가려면 자전거길을 이용해야 한다. 자전거로 가면 얼마 가지 않아 만나게 된다. 의암호 위로 의암공원과 공지천 유원지를 잇는 이 다리의 이름은 ‘춘천사이로 248’.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길이가 248m다. 폭은 1.5m.

혹시 몰라 자전거를 거치대에 묶어놓고 다리 위로 올라갔다.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멀리 보이는 풍경이 시원하다. 철제 현수교가 바람에 출렁이고, 바닥은 밑이 보인다. 담이 큰 사람은 시원하게 환호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약간 쫄린다. 벚꽃이 피었을 때 오면 더 좋다고 한다.


‘춘천사이로 248’ 출렁다리


△스카이워크까지, 달려라! 자전거

다시 달린다. 얼마쯤 갔을까. ‘북한강자전거길’이라는 표지를 만난다. 이리로 따라가면 또 얼마나 갈까. 자전거 대여시간은 1시간이다. 왼쪽으로 꺾었다. 여기서부터는 도로 옆길이다. ‘어디로 간다고 했더라. 다 계획이 있겠지. 뭐.’ 앞서간 일행을 따라간다.


자전거길 이정표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도착했다. 다시 자전거를 묶어놓고 표를 샀다. 2000원이다. 돈을 내고 표는 사지만 2000원짜리 지역상품권을 내어준다. 춘천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인데 돈 좀 쓰고 가라는 말일 것이다. 밤에 묵는 곳 인근 슈퍼에서 사용했다.

멀리 커다란 소양강 처녀상이 보이고 물 위에는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 밤에 오면 야경이 좋다는데 시간이 안 되니 낮에 와서 인증 사진 하나 찍는다. 바닥을 반투명 유리로 해놨는데 진짜 반투명이라서 바닥 밑이 훤히 보이는 짜릿함은 없다. 강화유리가 오래돼서 그런지 본래 이랬는지는 알 수 없다.

스카이워크 맨 끝에서는 쏘가리 분수가 물을 뿜는데 예쁘지는 않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속 괴물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춘천에 와서 회나 매운탕을 먹은 기억이 없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사진을 찍느라 일행보다 많이 뒤처졌다. 절대 체력이 뒤처진 것은 아니다. ‘ㅋㅋ’

자전거길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자전거는 1시간 빌렸지만, 돌아오는 데까지 1시간30분이 걸렸다. 시간이 많이 초과됐지만, 마음 좋은 대여소 아저씨는 조금만 더 받겠단다.



△닭갈비만 있는 게 아니야


따님께서 ‘감자밭’은 꼭 가야 한단다. 제법 거리가 있는데 감자빵 먹으러 거기까지 가야 한다니 썩 내키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가야지.


우리 세대에게 춘천이라고 하면 닭갈비와 막국수 정도가 떠오른다. 요즈음 세대에게 춘천의 대표 음식은 닭갈비와 감자밭에서 파는 감자빵이란다.


도착하니 실감이 났다. 줄이 길다.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내부로 입장해 빵을 샀다. 야외 공간도 있어 생각보다 넓었다. 감자 캐릭터 앞에는 사진 찍는 줄도 늘어섰다.


감자밭 캐릭터 앞에서 사진촬영


감자빵은 감자로 만든 빵인데 외형도 감자 같다. 맛있다. 왜 인기인지 알겠다. 빵 종류도 여러 가지고 감자를 활용한 다양한 식품이 있다. 고구마빵도 있는데 오늘은 처음 왔으니 대표 제품인 감자빵만 샀다.

이곳에서는 계약재배를 통해 매년 500t의 감자를 지역농가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제2회 춘천감자축제도 진행했다.

춘천에서 머무는 집에 돌아와서는 동네 횟집에 갔다. 쏘가리 분수대 때문은 아니고 지인의 추천 덕분이다. 사실 이번 여행은 친한 동생이 춘천에 작은 집을 하나 샀다고, 시간 되면 쓰라고 해서 시작됐다. 공짜라니 고3 아들까지 데리고 온 가족이 함께 갔다. 동생이 추천해준 횟집에 들어가니 손님이 꽉 차있는데 관광객은 하나도 없는듯했다. 송어를 포장해 집에 와서 먹었다. 춘천에서의 첫 회였는데 대만족이었다.

여행에서 숙박업소가 아닌 가정집에 머무는 것은 또 다른 묘미다. 동네 슈퍼, 가게에 가고 산책을 하고 분리수거까지 하면 이 동네 사람이 된 것 같은 포근함을 느낀다. 떠난 게 아니라 돌아온 것 같은 느낌.



△삼악산 케이블카 보며 커피 한잔


삼악산 케이블카



2021년 운행을 시작한 삼악산 케이블카는 이제 춘천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의암호를 지나 삼악산을 연결하는 길이 3.61㎞로, 국내 최장 케이블카다. 두 종류인데 조금 더 비싼 카는 바닥이 통유리라 의암호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찔함을 선사한다. 강화유리…. 왠지 아찔함이 많다.

사전 예약을 하더라도 기다릴 각오는 해야 한다. 기다려도 줄이 줄지 않는다. 그러다가 운행이 중단됐다. 바람이 강해서 중단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다음은 환불 줄이 또 길다.

나와서 경치라도 구경하는데 강바람이 거세다. ‘이 정도면 안 하는 게 맞지.’ 또 올지,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바람을 피해 인근 스타벅스로 향했다. 꽤 큰 건물인데 사람이 그득하다. 주문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자리 잡기는 더 어렵다. 한쪽 면을 다 창으로 내서 케이블카와 호수, 건너편 삼악산까지 한 풍경에 담는다. 사람만 좀 없었다면 여유롭게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그림이 가능했을 텐데.


삼악산 케이블카 인근 스타벅스 내부


택시 기사는 구봉산 카페촌에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 전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니 밤에 가야 한단다. 그래 야경이지. 송흥민 카페도 추천한다. 춘천에 처음 왔을 때는 이디오피아 벳만 알았었는데 이제는 명소가 된 카페들이 많다.


세월은 가고 사람들의 취향은 변한다. 아니 사람들도 변한다. 자주 가는 곳도 좋아하는 음식도 달라진다. 당연한 일이다. 이제 남아있는 것을 다시 만나 미소 짓고 추억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나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나는 일도 여전히 반갑다. 그리고 그 역시 추억이 돼서 다시 찾아올 것이다.

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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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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