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ㆍ교양ㆍ영화까지 복합공간
일자리ㆍ세대소통 기회도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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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청춘카페에서 어르신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사진 : 노원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노원구 중계역 인근에 문을 연 실버카페 한쪽, 창가 자리에 앉은 어르신들이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한쪽 무대에선 흥겨운 트로트 공연이 막 시작되고, 맞은편에선 바리스타 앞치마를 멘 또래 어르신이 능숙하게 커피를 내린다. 이름은 카페지만, 이곳은 단순한 커피숍을 넘어 어르신의 문화공간이자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다.
서울 노원구가 ‘가슴앓이 없는 시니어존’을 목표로 노인복지시설과 문화여가 공간을 확충하며 실버 복지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어르신의 문화욕구를 충족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다.
2010년 전국 최초로 조성된 중계역 ‘노원실버카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공릉청춘카페, 월계청춘카페, 중계청춘카페까지 총 네 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 ‘청춘카페’는 지난해에만 약 27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은 아메리카노를 500원, 토스트를 1000원에 구매할 수 있고, 바리스타와 홀서빙도 3인 1조로 어르신들이 맡는다. 지난해 88명에서 올해 103명으로 채용 인원이 늘어나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카페 무대에선 민요, 트로트, 악기 연주, 댄스 등 다양한 공연이 연중 이어진다. 지난해엔 832회의 공연이 진행됐고, 하루 평균 관람객은 580명에 달했다. 시낭송치유, 웃음체조 등 교양강좌와 영화 상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청춘카페 내부엔 북카페 서재, 실내 커뮤니티 공간, 전시공간까지 마련돼 어르신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노원구는 상계평생교육원 1층에 새로운 청춘카페 개점을 검토 중이다. 완공 목표는 2028년이다. 복지시설도 속속 확충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수락노인종합복지관에는 건강상담실, 건강운동실부터 당구장, 탁구장까지 갖춰져 있다. 어르신 일자리 교육과 상담 기능도 강화했다. 특히 전국 최초로 구가 직영하는 ‘어르신상담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월계문화복지센터, 공릉노인복지관, 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까지 총 4곳의 노인복지관이 구립·시립 형태로 지역 곳곳에 있다. 노원구의 노인여가복지시설(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 포함)은 2025년 기준 총 265개소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노원의 실버복지는 단순한 쉼터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노년의 여가를 풍요롭게 만들고, 일자리와 자존감을 함께 키우며, 세대 간 연결의 통로를 열어주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인구의 급격한 노령화에 따라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존중받으며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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