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 넘어선 평등한 경쟁의 장
e스포츠 이식한 새로운 꿈의 무대
철저한 현지화로 인식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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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 누적 이용자 수가 지난달 말 기준 2억2000만명을 돌파했다. / 사진: 크래프톤 제공 |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 누적 이용자 수가 지난달 말 기준 2억2000만명을 돌파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인 14억 인구와 높은 경제성장률로 항상 주목받지만, 다양한 언어와 신분제 등 게임산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 공략이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인도 국민에게 BGMI는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뿌리 깊은 카스트 신분제 사회에서 꿈을 꿀 수 있는 새로운 길로 자리매김했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플레이어가 전장에 떨어져 최후의 1인이 나올 때까지 전투하는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이다. 법적으로는 카스트에 의한 차별이 금지됐지만 문화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신분제를 가상 공간에서만큼은 탈출할 수 있게 해준다.
인도인들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BGMI를 즐기고 있다. 넓은 국토에 흩어져 사는 친구, 혹은 모르는 사람과 게임을 하며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떠는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BGMI 속 소셜 기능으로 처음 만나 인연을 맺고 부부로 발전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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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BGIS 결승전에서 우승팀이 결정된 후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 사진: 크래프톤 제공 |
2023년 시작한 BGMI e스포츠 대회(BGIS)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BGIS 첫 해 결승전에는 5000명 규모의 객석이 마련됐는데, 수분만에 티켓이 매진되기도 했다. 자리를 구하지 못한 1만여명의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뜨거운 열기를 함께 나눴다.
올해 일반인 대회 BGIS에는 33만팀이 참가했고, 프로 대회인 BMPS는 총상금 4000만루피(6억4000만원) 규모로 열렸다. BGMI는 인도 최초로 공중파 TV를 통해 생중계된 e스포츠 종목이다. 동시 시청자 수 2400만명, 전체 시청자 수 2억명을 돌파하는 등 인도 e스포츠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BGMI는 인도에서 단순히 게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셜 플랫폼이자 문화적 장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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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하지 말고 하늘도 보고 자기 할 일도 하라는 의미를 담은 ‘룩업 챌린지’. / 사진: 크래프톤 제공 |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거둔 성공 이면엔 치열한 현지화 과정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인도는 게임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가진 나라가 아니었지만, BGMI가 그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평가다.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게임,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플랫폼 이미지를 쌓은 게 주효했다. 대표적인 게 ‘룩업 챌린지’다. 게임만 하지 말고 하늘도 보고 자기 할 일도 하라는 의미다. 손현일 인도 법인장은 “폭력적인 그래픽을 대거 수정하고 미성년자 플레이 시간 제한 등을 통해 대중이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환됐다”고 했다.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과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중동 최대 시장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해 8월 총상금 6000만달러(829억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월드컵에 정식 종목으로 참가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말레이시아 등 중동과 동남아 주요 시장 앱마켓에서 10위권 내에 올라 있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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