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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규제 푼다더니 더 묶여?”…고도제한 새 기준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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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15 16:07:15   폰트크기 변경      
강서 “기회 왔다” vs 양천 “재개발 막히나”

신설 수평표면이 규제 확대 논란 촉발
해석 따라 엇갈린 반응…“정부 자율판단 가능”



김포공항 소음대책지역인 양천구 신월동에서 낮게 비행 중인 항공기 모습. / 사진 : 양천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70년 만에 공항 주변 고도제한 기준을 바꾸면서 서울 서남권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고도제한 완화에 무게를 두는 강서구는 환영의 뜻을 내비친 반면, 규제 대상 확대를 우려하는 양천구는 “재개발 중단 위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번 ICAO 개정안의 핵심은 ‘일괄적 금지’에서 ‘위험 평가 후 허용’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공항 주변 반경 거리에 따라 ‘수평표면’이나 ‘원추표면’ 등 가상의 뚜껑을 씌우듯 규제해왔다. 실제 항공기 경로와 관계없는 지역조차 “공항 근처니까 안 된다”는 이유로 개발이 가로막혔다.

이와 달리 개정안은 장애물 제한방식을 두 단계로 나눴다. 항공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역은 ‘장애물 금지표면(OFS)’으로 설정해 기존처럼 엄격히 통제하되, 그 외곽은 ‘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구분해 개별 심사를 거쳐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다. 결국 ‘절대 불가’와 ‘조건부 가능’ 구역을 나누고, 적용 범위도 각국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을 놓고 지자체들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 적용할 경우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에 대해서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구 면적의 97.3%가 고도제한 대상인 강서구는 개정안이 “고도제한 완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평가표면 도입으로 일부 구역에서는 높이 규제를 조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판단이다.



현행 장애물제한표면 및 개정 장애물금지·평가표면 비교. / 자료 : 강서구 제공 


강서구 관계자는 “개정초안의 내용에 맞게 사용하지 않는 표면은 해제가 가능하다는 걸 ICAO 본부에서 직접 확인했다”며 “현재보다 완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ICAO도 ‘사용하지 않은 표면은 보호할 필요가 없으며, 이러한 표면은 개발을 위해 고도제한이 해제될 수 있음’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개정안이 ‘각국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만큼 규제 완화의 열쇠는 국제기구가 아닌 ‘정부의 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천구는 다르게 해석한다. 개정안이 김포공항 반경 11∼13㎞에 걸친 광범위한 지역을 ‘수평표면’으로 새로 설정하면서, 이 기준에 따라 45mㆍ60mㆍ90m 등으로 건물 높이를 제한할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목동과 영등포, 마포는 물론 부천과 김포 일부까지 새로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주민들은 고도제한 완화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목동까지 규제구역으로 묶이게 생겼다”며 “이는 재건축ㆍ재개발 전면 중단을 의미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양천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라며 국토부와 서울시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서구도 해석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될 수도 있다”며 “양천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서구 관계자 역시 “양천구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라며 “개정안을 보는 해석에 따라 기존의 60m 건물 기준이 45m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 1일 국토교통부는 “항공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국내 공항 여건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개정안이 합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ICAO 개정안은 8월4일 발효되며 정부는 그 전에 반대 입장을 제출할 수 있다. ICAO는 ‘회원국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는 내용은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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