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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토종 SW기업, 매각이냐 혁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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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17 05:40:15   폰트크기 변경      

최근 한국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조용한 격랑 속에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한때 국산 기술의 자부심이었던 토종 SW기업들이 잇따라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어서다. 티맥스소프트,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장의 절대 강자 더존비즈온까지 매각 논의의 중심에 섰다. 

더존비즈온은 ERP 분야의 독보적 1위 기업이다. 연 매출 4000억원, 영업이익률 20%대, 1800여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탄탄한 수익구조의 중견 SW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지분 매각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술렁였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는 ‘경영권 매각’이 아니다. 김용우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신한투자증권의 특수목적법인(SPC)이 보유한 2대주주 지분 9.99% 매각이다. 김 회장은 SPC 대주단의 금리 부담(7%대)을 낮추기 위해 리파이낸싱을 고려하던 중 PE들의 매각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본인 소유 지분에 대한 프리미엄을 고수하고 있어 실질적인 거래 성사는 미지수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지분 매각 이슈는 더존비즈온이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ERPㆍ그룹웨어 등 전통 SW 시장은 이미 성장이 정체된 반면, AIㆍ클라우드ㆍSaaS 등으로의 전환에는 막대한 투자와 리스크가 따른다. 여기에 글로벌 자본의 유입이 더해지며, 토종 SW기업들은 ‘성장 정체–기술 전환–자본 압박’이란 삼중고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매각의 길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티센은 공공 SI 위주 사업을 줄이고, 클라우드ㆍAIㆍ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란지교소프트도 보안SW를 넘어 협업툴, SaaS, AI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조직과 기술을 재편 중이다. 이들은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전략적 투자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스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더존비즈온 역시 최근 ‘AI 트랜스포메이션’ 전략과 지속가능경영을 아우르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며, AI 통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 경영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밸류업 전략도 병행 중이며, 향후 5년간은 김 회장이 직접 그 계획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공지능ㆍ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서성일 부회장의 지적은 균형감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더존비즈온 매각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개인 오너 지분 활용 목적일 뿐 SW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봐선 무리수가 있다”는 그의 말은 섣부른 일반화의 위험을 경고한다. 실제로 국내 SW기업들은 일본과 중동으로 진출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는 시점이다.

흔들리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구조다. 더존비즈온의 사례는 한국 SW산업이 기술, 자본, 글로벌 확장의 세 갈래 길목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 전환의 ‘신호탄’인 셈이다. 이제 국내 SW기업들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매각을 통해 생존할 것인가, 기술혁신으로 도약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정답은 없다. 시장과 기술이 바뀌는 격변의 시대, 외부 자본과 손을 잡든 독자노선을 택하든, 그 주도권은 스스로 선택하는 기업에 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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