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1개 기업 도입했지만 의결권 행사는 64억주에 그쳐
업계 “정책비용보다 기업경영 투입이 바람직
[대한경제=김동섭 기자] 2027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에 대한 상장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자투표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무회의에서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의결ㆍ공표되어 시가총액 규모에 따라 일부 상장사에게 전자주총 도입이 시행될 계획이다.
전자주주총회는 주주가 직접 현장에 가지 않아도 전자방식으로 참여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이번 개정안은 온라인 전용인 ‘완전형’이 아니라 현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진행되는 ‘병행형’의 의무화를 채택했다.
지난달 17일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전자주총 등 관련 상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상장협은 “주주총회는 회사의 경영의사결정을 하는 회의체로 개최방식은 회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면서 “회사의 상황ㆍ업종, 주주의 구성ㆍ성향, 안건 내용 등에 따라 적합한 주주총회의 방식은 상이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일본, 영국 등 주요국도 기업에 선택권을 자율로 맡겨둔 상황이다.
반면 전자주총 흥행 척도인 전자투표의 참여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전자투표 도입 기업수는 지난해 922개에서 올해 921개로 답보상태다. 게다가 올해 총 의결권 주식 수 522억6000주 중 오직 12.4%(64억8000만주)가량만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예탁원은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기업의 관심 제고 등 참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조한 전자투표 참여율과 함께 주주총회마다 나타나는 소액주주들의 높은 주식 회전율은 주주들이 직접 경영 의결권을 사용하며 가치투자에 참여하기보다 단기투자 편익에 집중하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낮은 이용률을 보면 정책비용을 기업경영에 투입하는 것이 차라리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법개정으로 대주주와 특수관계자 보유주식을 3%로 제한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감사위원 선출 시 전자투표가 필수가 될 전망이다. 감사위원 선출에 필요한 주주의결권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법409조상 전자투표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병행형 전자주총에서는 현장투표외에 서면, 전자투표까지 집계해야 하는데 기업의 중요한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 “해킹, 기술적 오류로 인해 기업의 1년 사업 향방을 결정하는 자리인 주주총회가 제대로 치뤄지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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