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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
[대한경제=김관주 기자] 상법 개정이 임박한 가운데 주요 상장회사의 경영 행보에 반발한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대통령실과 관계 당국을 상대로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은 힘을 모아 행정 대책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 소액주주연대는 소액주주 연대행동 플랫폼인 액트를 통해 오는 21일 대통령실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렌탈의 불공정 유상증자에 따른 소액주주 권리 침해 및 자본시장 제도 개선 요청’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롯데렌탈이 단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대주주와 특정 투자자에게만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일반 주주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롯데그룹(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은 보유 중이던 롯데렌탈의 지분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 주당 7만7115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시가(2만9400원)의 2.6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당일 롯데렌탈 이사회가 지분을 인수한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벌어졌다. 신주 발행가가 대주주 매각가보다 약 62%나 낮은 주당 2만9180원에 불과하면서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이러한 거래가 결과적으로 매각 대주주에게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수자에게 유리한 평균 매입 단가를 보장해 줬다고 지적했다. 기존 주주는 20%에 달하는 신주가 변경되는 대주주에게만 대량 배정되면서 자신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모든 주주가 동등한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개매수 방식으로 재논의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VIP자산운용은 이날 롯데렌탈 이사회에 보낸 공개주주서한에서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어피니티 지분율은 종전 56.2%에서 63.5%로 늘어나며 예전 지배주주였던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분까지 합치면 67.7%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마음대로 할 수치가 된다”며 “이렇게 정족수를 확보하면 어피니티와 롯데 측이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소수주주를 강제 축출하고 회사를 상장 폐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비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롯데렌탈과 어피니티의 자본거래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최근 들어 상장사 중 가장 심각한 이해충돌 사례”라며 “일반주주는 지배주주 지분의 프리미엄 매각에 동참할 기회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유상증자로 인해 대규모 희석화 피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액트에서 결성된 하나마이크론, KG그룹, 남양유업 우선주, 한화 우선주 등 소액주주연대도 대통령실과 금융당국 등에 탄원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정권 초반이라 주목받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지만 상장사들이 상법 개정 전에 강화된 규제를 피하고자 경쟁적으로 막차 타기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공포안이 의결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3%룰 도입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등이 담겼다.
아울러 여당은 후속 입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달 임시 국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포함한 2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자기주식 소각 제도화 법안 역시 9월 정기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1~3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전문가는 소액주주가 대통령실에 탄원서를 내는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 아직 과도기지만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소송이 대중화돼 주주와 기업이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주 기자 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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