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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경매 뜨겁게 달구는 김환기-유영국..세계 화단 '女戰士'들도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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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16 15:15:05   폰트크기 변경      
케이옥션 23일 여름철 빅 세일....국내외 미술가 수작 104점-87억원 규모 출품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가 나혜석인 것은 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성 화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일본의 야요이 구사마는 여성으로 유일하게 글로벌 인기화가 대열에 올라 있다. 그는 물방울이나 그물망을 모티브로 그림을 즐겨 그려 ‘땡땡이 무늬의 화가’로 불린다. 1957년부터 1972년까지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도널드 저드,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등과 교류했다. 야요이 구사마처럼 수많은 ‘글로벌 화단의 여전사’들이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미술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런 국내외 여성 작가의 치열한 작업을 비롯해 한국 추상미술의 지평을 넓힌 김환기와 유영국,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등 희귀한 작품들이 대거 경매에 쏟아져 나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이 오는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여는 여름 세일 행사를 통해서다. 출품작은 총 104점으로 추정가 규모는 약 87억원 달한다.

김환기의 '항아리'                     사진=케이옥션 제공

미술시장의 침체기가 수년 째 이어지며 미술품 거래 규모 역시 크게 줄어들고, 가격도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룸철 이색적인 경매 장터가 마련돼 주목된다.

손이천 케이옥션 홍보이사는 “미술시장이 조만간 ‘조정기’에서 벗어나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작품값이 다소 떨어진 중견·원로·작고 작가들의 작품을 컬렉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지금의 트렌드를 잘 읽고 불확실성에 잘 대비하면 좋은 작품을 합리적 가격에 선점하고, 투자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케이옥션은 입찰대 맨 앞 줄에 한국 추상 미술의 지평을 넓힌 김환기와 유영국,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의 수작들을 라인업했다.

가장 하이라이트 작품은 역시 김환기의 1958년 파리 시절 제작된 ‘항아리’다. 뉴욕 작업시절 의 본격적인 점화로 나아가기 전의 반추상 작업이란 점에서 더욱 눈에 띤다. 김환기의 애장품으로 가장 선호한 조선시대 백자 항아리를 현대적 회화 언어로 풀어냈다. 동양적 정서와 서정성이 깊이 스며 있는 이 작품의 입찰은 9억5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유영국의 '워크'                                          사진=케이옥션 제공

색면 추상화가 유영국의 ‘워크(Work)’도 나온다. 짙은 남색과 검정이 맞닿은 화면 위로, 굵고 단순화된 흰 선들이 산맥처럼 흐르는 걸작이다. 기하학적 구조와 강렬한 색채를 통해 자연의 본질을 응축한 게 흥미롭다. “나는 산을 그린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그렸다”는 유영국의 평생 화제(畫題)가 살감나게 다가온다. 최초 5억원부터 경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아티스트 로이 홀로웰의 조각품.                    사진=케이옥션 제공

국내외 여성 작가들의 득의작들이 대거 출품돼 벌써부터 미술 컬렉터들의 반응이 뜨겁다.
여성 신체를 추상화하고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미국 아티스트 로이 홀로웰의 조각품이 단연 돋보인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임신중절에 대해 내밀하고 개인적인 언어를 푸른색 조형아트로 형상화했다. 실제 작품 앞에 서면 초월성이나 황홀함 같은 게 느껴진다. 작품 추정가는 3억4000만~7억2000만원이다.

야요이 구사마의 작은 호박 조각 ‘무제’도 여성작가 경매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삶의 희망에 대한 욕구를 ‘땡땡이 무늬’로 형상화한 소품이다. 노란색 바탕의 호박에는 크기가 각기 다른 원형의 검은 물방울 반점이 가득 채워져 있다. 반복과 강박, 무한을 상징하는 도트 패턴을 통해 개인의 내면을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했다. 추정가는 1억800만~2억5000만원이다.

색채 화가 최욱경의 ‘무제’도 등장한다. 화려한 색과 분방한 필치로 자연의 생명력과 여성의 정체성을 드러낸 작품이다. 최욱경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제약과 긴장 속에서 색채와 형상의 해방을 통해 여성 정체성과 자아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특히 최욱경은 현대 추상미술 유파 가운데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를 국내 화단에 처음으로 도입해 이름을 날렸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핫(hot)한 작가로 뜨고 있는 하태임의 색띠 작업도 입찰대에 오른다.  그의 알록달록한 색띠 작업 ‘통로(Un passage)’는 디지털 시대 현대인의 소통을 일깨운다. 첨단산업사회에서의 소통 부재와 소외를 화면에 곰삭이며 희망을 놓치 않는 장인 정신이 녹아 있다.

케이옥션 측은 색띠 작품에 대해 “붓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내뿜는 일종의 광합성미학”이라며 “말과 문자를 뛰어넘어 색깔을 통해 소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흥적인 핑거아트를 통해 자유로움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일본 작가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 소통의 불완전함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일본의 에가미 에츠의 작품도 새 주인을 찾는다.

해외 미술부문에는 밈모 팔라디노, 엔초 쿠키, 산드로 키아, 미켈 바르셀로 등 1980년대 유럽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네명의 작품이 나란히 출품됐다. 신표현주의는 미니멀리즘, 개념미술의 이성적 흐름을 거부하고 작가의 내면과 감정, 분열, 트라우마를 거칠게 드러내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들 네 명의 작업은 형상성과 상징, 원초적 에너지를 통해 유럽 현대미술의 본질과 미술사적 흐름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고미술 부문에는 ‘백자호’를 비롯해 ‘청자음각연화문매병’(2500만~5000만원), ‘백자청화운봉문호’(4000만~1억원), ‘해학반도도’(8000만~2억원), ‘태학계첩’(2000만~5000만원) ,운보 김기창의 ‘복덕방’(3500만~6500만원), 우향 박래현의 ‘잊혀진 역사 중에서’(4200만~1억2000만원) 등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매에 나온다. 또 백범 김구의 서예 ‘광복조국’(1400만~2000만원), 의암 손병희의 ‘정영’(500만~1000만원)도 눈길을 끈다.

출품작들은 경매가 열리는 23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경매 참관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능하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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