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재난지원금 편중 소비
편의점ㆍ성형외과 특수 누려
사교육ㆍ병원 쏠림 우려 커져
정부 “부정 유통 방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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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하는 가운데 16일 서울 성동구의 한 음식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소비쿠폰의 취지가 소상공인 등의 매출을 올려 지역 경기를 살리는 거잖아요. 이번엔 정말 손님이 좀 늘었으면 좋겠어요.”
16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 입구에는 ‘소비쿠폰 사용 시 전 메뉴 10% 할인’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식당 주인 배진한씨(48)는 “지난해부터 얼어붙은 경기로 매출이 50% 가까이 줄어 가게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며 “이번 쿠폰이 돌파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에게 최대 5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한다. 경기 진작을 목표로 한 이번 정책은 2차 추가경정예산 12조1709억원 규모로 편성됐으며, 지난 2020년 코로나 시기 재난지원금에 이어 두번째 전 국민 대상 지급이다. 1차 지급액은 1인당 15만원이며, 차상위계층과 한부모 가정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이름도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인 이번 정책을 두고 정부는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닌 지역경제 선순환을 유도하는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실효성에 대한 기대와 사교육이나 고가 진료 분야에 소비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내놓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배달앱에선 쿠폰을 쓸 수 없어 ‘만나서 결제’ 방식을 알아봤는데, 배달대행 수수료가 너무 부담된다”라며 “배달을 주로하는 가게들은 매출이 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경기도의 헬스장 운영자 B씨는 “소비쿠폰으로 결제 시 퍼스널트레이닝(PT)을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계획 중이지만, 결국 손님들이 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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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성동구 성수1가 1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담 접수창구를 개설해 소비쿠폰 발급 시물레이션을 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불안은 지난 2020년 재난지원금 사용 실태에서도 확인된다. 같은 해 9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총 13조7000억원 가운데 실제 영세 자영업자와 전통시장에 사용된 금액은 5조5800억원(40.7%)에 그쳤다.
특히 당시에는 소비가 특정 업종에만 몰리며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 매출이 급증했다. CU, GS25, 이마트24 등에서는 면도기ㆍ화장품ㆍ와인ㆍ완구 등 고가 품목이 일제히 팔려나갔다. 생필품은 물론 스포츠용품, 아이스크림, 바디케어 제품까지 판매가 늘었다.
미뤘던 미용실, 네일숍, 안경점, 세차장, 사진관 등도 일시 특수를 누렸다. 특히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선 비급여 시술 결제까지 가능해지며 수요가 몰렸고, 병원들은 직접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유사한 문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매출을 올리기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지역화폐 사용액 5조3000억원 중 23%인 1조2200억원이 학원에서 사용됐다. 사용처에는 일부 영어유치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주요 입시 영어ㆍ수학 학원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소비쿠폰은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과 마트, 슈퍼, 편의점, 학원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몰, 배달앱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그러나 여전히 전자제품이 구매 가능한 편의점과 사교육업종, 병원 등 고소득 업종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자영업자 사이에선 다시 한 번 소외되지 않을까 긴장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이 과거 재난지원금의 일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점검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며 “지원이 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돈이 가야 할 곳에 제대로 도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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