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예스맨 아니야…이재명 정부에도 부담될 것”
여당 지도부 의견이 임명 강행에 영향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 추가 ‘갑질 폭로’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 화내며 예산삭감
진보당ㆍ참여연대도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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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 국회방송 캡처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보좌진 갑질 의혹’ 등으로 논란이 거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갑질 피해 당사자의 동료들인 민주당 보좌진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강 후보자가 결국 임명되면 이재명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은 21일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강 후보자 임명이 철회되길 간절히 바랐다. 절대다수의 보좌진들이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에 분노하고 있고, 보좌진들을 향한 근거 없는 비난과 멸시의 말이 나도는 데에 불쾌감이 가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좌진들은 의원의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예스맨이 아니다. 12ㆍ3 불법비상계엄부터 대선 승리까지 국회를 지키는 수문장이었던 보좌진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임명된다고 해서 논란이 끝나진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정권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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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ㆍ3 비상계엄 당일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과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 : 국회방송 캡처 |
또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강 의원실은 보좌진이 몇 달 만에 잘리는 일이 많아 버티기 힘든 방으로 유명했다”며 “임명을 강행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보좌진들 모두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불안해하면서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국회 보좌진들이 익명으로 참여하는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보좌진에게 무슨 패악질을 부려도 낙마 당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으니 앞으로 의원들이 얼마나 마음껏 화풀이하고 쓰레기통 취급하며 조지겠냐”면서 “옛날에는 ‘그 방 유난히 그렇다’는 것들이 앞으로 표준이 될 것 같아 무섭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의 추가 ‘갑질 폭로’도 나왔다. 그가 지인들과의 단체대화방에 공유한 ‘제가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 있었던 일을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는 제목의 글이다.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가 본인의 지역구에 해바라기센터(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설치를 하려고 제게 요청을 했다”면서 “당시 산부인과 의사를 확보하기 어려워 해당지역 대학병원 총장에게 문의했으나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이 내용을 강 후보자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후보자가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며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며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 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여러 논란에도 이 대통령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만 지명을 철회하고 강 후보자를 임명하기로 한 배경에는 결정적으로 여당 지도부들의 의견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종적으로 인사권자(이 대통령)는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가에 대한 설명을 하시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만 강 후보자에 대한 여러 다양한 의견을 전달해 드렸는데, 가장 마지막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들의 의견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야권은 물론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회의 후 기자들에게 “다양한 상임위, 국회 본회의 등에서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과 대선 과정에서 연대를 이뤘던 진보당도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논평에서 “여가부에 전혀 적절하지 않은 인사를 두고 ‘현역불패 신화’라는 표현을 갖다 붙이는 것부터 문제”라며 “그 무슨 원칙이랄 수도 없는 ‘현역불패’라는 말 자체가 없어지는 게 바로 개혁”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판받고,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다.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은 철회돼야 한다”면서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인사검증 기준과 그 절차를 시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사 실패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아 기자ㆍ김광호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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