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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대한경제 |
[대한경제=김관주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순자산총액이 200조원을 넘어선 뒤 벌써 10%나 급증했고 종목 수도 1000개를 상회한다.
그러나 운용사가 치열한 시장 점유율 전쟁에 돌입하면서 일각에서는 무리한 가격 경쟁이 업계 전반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의 순자산총액은 이번 달 18일 기준 221조49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 ETF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 시대를 연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20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ETF 몸집이 불어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앞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서 본부장으로 일했을 당시 2002년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를 도입한 바 있다. 해당 상품이 상장된 이후 2023년 6월에서야 ETF의 순자산총액은 10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200조원에 진입하기까지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종목 개수도 1000개를 웃돈다. 이날 더제이 중소형포커스액티브 등 7종의 ETF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국내 ETF의 수는 1002개를 기록했다. 지난 21일까지는 995개였다. ETF는 △2011년 7월 100개 △2016년 1월 200개 △2021년 8월 500개를 초과했다. 500개부터 1000개를 달성하기까지 4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꼽히는 ETF는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이다. 시장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돼 개별 종목 투자보다 변동성이 낮다는 특징을 지녔다. 공모펀드에 비해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ETF 시장은 2009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주식 이외에도 채권과 금, 원유 등을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다룰 수 있게 되면서다. 이때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와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잇따라 출시됐다. 지난해부터는 파생상품인 콜옵션을 활용해 하락장에서도 일정 수익을 보존하는 커버드콜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엔 가상자산 현물 ETF의 국내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중이다.
다만, 외형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운용사 간의 시장 점유율 전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38.4%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점유율이 33.4%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 뒤를 바짝 쫓는 중이다. 이어 △KB자산운용(7.9%) △한국투자신탁운용(7.6%) △신한자산운용(3.8%) △한화자산운용(2.9%) △키움투자자산운용(2.1%) 순이다.
ETF 베끼기 논란 속 수수료 인하 경쟁도 이어진다. 이는 지난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S&P500·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를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인 0.68bp(1bp=0.01%포인트(p))로 인하한 것을 기점으로 촉발됐다. 다음 날 삼성자산운용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일한 상품의 총보수를 0.62bp 내렸다. 이후 KB자산운용도 미국S&P500·나스닥100 ETF를 각각 0.47bp와 0.62bp로 낮추며 경쟁에 가세했다. 최근엔 금 현물 ETF를 두고 총보수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운용사가 유사한 ETF로 투자자 확보에 나서는 과정에서 비용 경쟁에 직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지난 21일 발간한 ‘국내 ETF 시장의 보수 인하 경쟁에 대한 소고’ 보고서를 통해 “ETF 보수 인하 경쟁의 격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도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대형 운용사 중심의 가격 경쟁이 중소형 운용사의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관주 기자 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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