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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장관들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됐으나 이재명 정부 첫 내각은 강선우 후보자 때문에 큰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됐다. 이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강 후보자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분위기다.
강 후보자에게 갑질 피해를 당한 이들과 같은 상황에 있는 동료 보좌진들 사이에는 분노가 상당하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기자에게 ‘남을 피 흘리게 하는 자는 자신도 피 흘리게 되리라’라는 성경 속 구절까지 언급하며 비통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말 그대로 강 후보자가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언젠가 본인이 치러야 할 날이 분명히 올 거라 생각합니다.”
이 대통령은 논란이 됐던 장관 후보자 거취를 민심과 여론을 살펴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의 비판은 그렇다 쳐도, ‘한 식구’인 민주당 보좌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는지 의문이다. ‘제 식구 감싸기’도 같은 의원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인 듯싶다. 이전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여론조사에서 민심의 출렁임도 감지된다.
민주당 보좌진들 사이에선 “앞으로 갑질한 의원들이 계속 장관직에 진출해도 아무 문제없다는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이런 당내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는 모습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에 대해 “장관 결격 사유에 이를 정도의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고,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갑질은 주관적 판단”이라며 “(강 후보자가) 친구 같다는 보좌진도 있었다”고 두둔했다. 이미 강 후보자가 청문회장에서 여러 차례 사과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도부의 적극적인 옹호가 강 후보자를 살린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역시 임명을 강행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대통령의 결정에 당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이번 강 후보자 사태를 넘어서 앞으로가 걱정된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닫게 해 민심과 멀어지게 했던 측근들을 그간 여러 차례 봐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이른바 ‘십상시’가 그랬고, 윤석열 전 대통령 때 ‘친윤’들이 그랬다.
리더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또렷이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늘 주변을 경계해야 한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리더가 갖춰야 할 핵심 자질은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선’이라고 했다. 목전의 상황에 함몰되지 말고 대상과 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말도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불을 꺼야 하는데, 떨어진 불로 추위를 피하려다가 화상을 입는 이들이 있다’고.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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