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공급과잉’ 우려 고개
골드만삭스 “2026년 HBM 가격 하락” vs 회사 측 “수요 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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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계풍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에서는 HBM 공급과잉 가능성을 제기하며 성장 지속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4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수요는 충분히 견조하다”며 선투자와 제품 다변화를 통한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4%, 68.5% 증가한 수치로, 종전 최대 성과였던 작년 4분기를 넘어선 규모다. 영업이익률은 41%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했다.
5세대 HBM 제품인 HBM3E 등 고성능 메모리 제품의 본격 판매와 낸드플래시 출하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HBM 가격이 급등하면서 메모리 업계 전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하반기 이후 전망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2026년 HBM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평균 판매가격(ASP)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HBM3E 가격이 내년부터 두 자릿수 비율로 하락하고, HBM4(6세대)의 가격 프리미엄도 이전 세대 대비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본격 시장 진입할 경우 주요 고객사 엔비디아가 가격 결정력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 발표 직후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루 만에 9% 가까이 급락하며 시장의 우려가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우려에 정면 반박했다. 회사는 “HBM은 AI 성능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으로 수요가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단순 공급과잉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추론 모델의 연산 구조가 복잡해지고 시스템 성능 요구치가 높아지면서 고대역폭·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의 ‘소버린(자국) AI’ 구축과 스마트폰·PC 등 소비자 기기의 AI 통합 확산도 새로운 수요 창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AI는 일시적인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모든 산업에 걸쳐 확산되는 구조적 변화”라며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단기 변동성과 무관하게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내년 고객사와의 HBM 공급계약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연간 단위 계약을 통해 수요 가시성이 높고, 계약 기반 생산으로 일반 D램처럼 단기 가격 변동에 휘둘릴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런 수요를 반영해 기존 투자계획을 상향 조정했으며, 하반기부터 장비 반입 등 본격적인 선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낸드 부문도 수익성 회복에 집중한다. AI 기반 데이터 증가로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고용량 QLC 기반 기업용 SSD와 321단 낸드 제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레거시 제품도 병행 생산한다. DDR5 및 LPDDR5 등 최신 D램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서도 일부 수요가 존재하는 구형 DDR4에 대해서는 제한적 공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칩 ‘H20’ 규제를 일부 완화한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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