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출신…KEPIC 유용성 입증에 주력
내달 11∼14일 ‘KEPIC-Week’ 개최
전영태 대한전기협회 KEPIC본부장이 서울 송파구 전기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기협회 제공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현재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인증업체는 170여 개사 정도다. 약 500개에 달하는 국내 원전 제조업체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KEPIC 인증을 받으면 발주처 영업에 있어 조금 더 수월해지고, 기술에 대한 평판이 달라질 수 있도록 활용성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지금은 내실을 다져나가는 응축의 시간이다.”
전영태 대한전기협회 KEPIC본부장은 최근 송파구 전기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내 대표 민간 기술기준의 대중화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전 본부장은 한국수력원자력 산천양수발전소장 출신으로, 지난 2월 대한전기협회로 직을 옮긴 뒤 KEPIC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KEPIC은 대한전기협회에서 운영하는 민간 기술기준이다. 크게 △발전 및 송ㆍ변ㆍ배전 설비의 재료, 설계, 제작, 설치시공, 시험검사, 운전ㆍ유지보수에 관한 기술적 요건과 △품질보증 및 적합성평가에 관한 요건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원전 안전등급 부품(방사능 누출 방지 등 안전에 핵심이 되는 부품) 공급업체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 고시에 따라 KEPIC 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 그 외 발전 설비에 대해서는 기업 자율적으로 인증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전 본부장은 “KEPIC은 1995년 초판을 발행해 올해로 30년이 넘었다. 우리의 비전은 ‘신뢰받는 글로벌 표준 리더’인데,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부족한 점이 많다. 활용성을 높일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라며, “대한전기협회 회원사 중 KEPIC 인증을 안 받은 업체를 초대하고, 이들이 KEPIC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해 그 유용성을 입증해 나가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KEPIC 규정의 상당수는 미국기계학회에서 만든 ASME(아스메) 코드가 바탕이 됐다. 2009년 팀코리아가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의 경우 한국전력 및 국내 건설사 등이 사업의 주축이 돼 KEPIC을 적용했지만, 예외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많은 해외 원전 사업에선 ASME 코드를 기본값으로 적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수주를 확정한 체코 원전 사업에서도 ASME 코드가 적용돼 해당 사업에 참여하려는 국내 원전 업체는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 본부장은 “ASME 인증에는 KEPIC 대비 10배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국내 KEPIC 인증 업체가 체코 원전 사업을 참여하려 할 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다”라며, “한국과 미국은 원전 사업에 있어 공조를 늘려가고 있고, 수출 합작 모델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KEPIC도 ASME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협력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전기협회는 전력산업계 기술 정보 교류를 위한 ‘KEPIC-Week’ 행사를 내달 11∼14일 부산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원전 해체 분야에 적용하는 8종의 KEPIC 본문 내용을 공개하고, 소형모듈형원전(SMR) 워크숍 등을 통해 선진 원전 기술을 공유할 예정이다. 또한, 네이버 LLM(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한 인공지능(AI) 서비스 모델도 선보인다.
전 본부장은 “KEPIC은 책자로만 8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AI 모델을 통해 전자책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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