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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한국과 미국 간 통상 협상이 막판 총력전에 돌입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를 지원하기 위해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방미로, 재계 수장급이 직접 협상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제외교라는 평가다. 이번 행보는 사법리스크 탈피 후 첫 대외 일정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이 회장은 29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12일 만의 첫 공개 일정이다. 출국 직전 “방미 목적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안녕하세요”라는 짧은 인사만 남긴 채 출국장을 통과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이번 워싱턴 방문은 미 정부와의 관세 협상 국면에서 삼성전자의 상징성과 산업적 기여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고위급 외교 지원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관세 해소를 위한 최종 카드로 민간 대표 주자인 삼성의 전략 리더십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 회장의 직접 등판은 미국 측에 관세 해소가 단순 기업 문제가 아니라 양국 산업 협력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회장이 미국 내 반도체 추가 투자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 확대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 중이며, 내년 가동을 목표로 인근 테일러 지역에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전체 투자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4조 원)에 달한다.
이번 워싱턴 방문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에는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22조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AI칩 ‘AI6’를 내년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으로, 이는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삼성전자가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ㆍ미 협상의 실효적 지렛대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이번 일정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이후 처음 공개된 대외 행보다. 그간 위축됐던 삼성전자의 대외 리더십이 정상화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동시에, 한미 간 통상ㆍ기술 안보 이슈 중심에서 ‘뉴삼성’이 전략적 역할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방미가 단순히 한 기업 총수의 일정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전략적 외교 행보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 LG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지원을 위해 다양한 대미 투자계획과 협력 구상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 회장의 방문은 한국의 전략 산업과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민ㆍ관이 일체가 돼 통상 마찰을 완화하고 협력의 전환점을 만들려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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