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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물 만난 동심…“하루가 너무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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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30 13:40:47   폰트크기 변경      
도심 피서지, ‘관악산 어린이 물놀이장’

너구리 전동카트ㆍ신림 계곡 등 ‘풀옵션’
관악구, 공원ㆍ하천 등 8곳 물놀이장 운영


관악산공원 어린이물놀이장에서 어린이들과 물장구를 치고 있는 박준희 관악구청장/ 사진: 관악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아빠! 집에 안 가면 안 돼요?”


지난 29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관악산 자락의 물놀이장. 두 팔을 번쩍 들고 물속을 뛰어다니던 아이가 그늘막에 앉아 있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머리끝까지 흠뻑 젖은 머리카락, 햇빛 아래 반짝이는 눈동자. 온몸으로 여름을 맞이한 아이의 표정은 물속보다 더 반짝였다.


서울 기온이 36도를 넘긴 이날, 도시 전체가 열기에 끓고 있었지만 관악산 숲속 물놀이터는 딴 세상이었다. 약 2800㎡ 부지의 ‘관악산공원 어린이 물놀이장’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물줄기와 워터터널, 우산형 워터드롭 등 대형 워터파크 부럽지 않은 시설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12일 개장한 관악산공원 어린이 물놀이장 전경/ 사진: 관악구 제공


“워터파크는 돈도 많이 들고, 어린아이가 탈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여기는 공짜인데도 하루 종일 충분히 놀 수 있어요.” 신림동 주민 박경민(37)씨는 두 돌이 갓 지난 딸을 안고 말했다. “캐리비안베이 왜 가는지 모르겠어요. 여기가 훨씬 낫죠.”


신림선 관악산역에서 걸어서 5분. 도심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이 안에 들어서면 서울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관악산공원 입구에선 너구리 얼굴을 한 전동카트 두 대가 무료로 오르막길을 오가며 유모차와 짐을 든 가족들의 발이 돼준다.


구는 올해부터 전동카트를 상시 운행하고 있다. 물놀이장까지 카트를 타면 2분 남짓. “작년 만족도 조사에서 ‘멀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올해부터 카트를 도입했죠.” 이날 현장을 찾은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작은 불편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관악산 공원에서 상시 운영하고 있는 너구리 전동카트/ 사진: 관악구 제공 


실제로 물놀이장을 찾은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 경기도 오산에서 온 손녀를 데리고 온 박병일(63)씨는 “오산엔 이런 데가 없는데, 오히려 서울에 있다니까요. 물도 진짜 깨끗하고, 계곡도 바로 옆에 있어서 하루 종일 놀 수 있어요”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는 다시 아이 손을 잡고 물놀이장 옆 자연계곡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놀이장 바로 뒤편에는 신림 계곡이 흐른다. 돌과 물, 나무만으로 이뤄진 이 계곡은 인공적인 조형물 하나 없이 그대로의 자연을 간직한 휴식 공간이다. 한쪽 바위 위에선 엄마와 딸이 돗자리를 펴고 수박과 김밥을 나눠 먹고 있었고, 그 옆에선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발을 담그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황톳길도 인기다. 구 관계자는 “걷는 동안 물소리 들리고, 황토 맨발길 걷고, 끝엔 세족장도 있어요. 진짜 제대로 된 힐링 코스”라고 설명했다.


신림계곡 물놀이장/ 사진: 관악구 제공 


“예전엔 여름엔 무조건 멀리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동네에서 이런 공간이 있으니까 몸도 마음도 훨씬 여유로워졌어요.” 보라매동에 사는 최유진(42)씨는 4살 아들과 함께 물놀이장 안에 마련된 온열질환 센터에서 음료를 나눠 마시며 말했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쉼터 안에선 누구나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마술 공연을 보며 웃는 사이 곳곳의 안전요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물놀이장 수질은 주 1회 이상 정기 검사한다.

관악구는 이처럼 ‘동네 안의 여름휴가’를 위해 관악산 물놀이장을 포함해 동네 총 8곳에 물놀이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합실ㆍ새숲ㆍ중앙ㆍ비안 어린이공원도 물놀이터로 재단장해 ‘집 앞 피서지’로 거듭났다. 별빛내린천 어린이 물놀이장 역시 7월 초부터 운영을 시작해 터널분수와 함께 주민들 사이 여름철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박 구청장은 “이곳들의 가장 큰 장점은 요즘 같이 고물가 시대에 무료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온 가족이 함께 부담 없이 ‘우리 동네 피서지’를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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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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