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年 매출의 23%로 ‘역대급’
2027년 8월부터 3년간 공급 계약
고객사 협의따라 최대 7년 연장
ESS시장 중심 성장전략 결실
북미생산기반 활용… 中에 도전
전기차 배터리 추가 수주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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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ESS용 LFP 배터리 ‘JF2’ 셀을 사용한 전력망 컨테이너 제품.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6조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내며 중저가형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높은 기술 신뢰도를 앞세워 북미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조용히 준비해온 LFP 전략이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조9442억원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30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25조6000억원)의 23.2%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다. 공급 기간은 2027년 8월부터 3년간이며, 고객사 협의에 따라 최대 7년까지 연장하고 물량도 추가 공급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계약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등을 고려해 중국이 아닌 미국 내 기업으로부터 LFP 배터리를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수주 성공 배경에는 탄탄한 북미 생산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회사는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 등 미국 3개 주에 생산기지를 보유해 국내 배터리 업체 중 북미 생산 기반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북미에서 양산 중인 LFP 제품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이 유일한 만큼, 이번 공급도 ESS용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공급 물량은 셀당 가격을 85달러로 가정할 경우 약 50GWh(기가와트시)로 추정된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강조해온 ‘ESS 중심 성장전략’의 가시적 결과물이다. 회사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ESS 및 중저가형 케미스트리 양산을 확대하고 가동률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SS 사업 본격화와 함께 실적도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하며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1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실적 개선 요인으로는 북미 고수익 프로젝트 확대, 비용 절감, 제품 믹스 다변화, LFP 전략 본격화가 꼽힌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 둔화에 대응해 ESS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계약은 중국이 독점해온 LFP 시장에 한국 기업이 본격 진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간 LFP 배터리는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기술력과 미국 내 생산력을 기반으로 중국 중심의 LFP 시장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며 “ESS를 넘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추가 수주가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을 통해 프리미엄 배터리에서 중저가 배터리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향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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