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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내부에선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며 통화정책 기조에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한미 기준금리차는 상단 기준 2%포인트(p)로 유지된 가운데,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여파, 추가경정예산 효과,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인하 시점을 8월과 10월 사이에서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연준은 이틀간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낮은 실업률과 견조한 노동시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불확실한 경제 전망이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로써 한미 금리차는 기존과 동일한 2%p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지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연준 이사 두 명이 동시에 이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내부에서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각차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소수의견 표출이 향후 정책 전환 신호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대부분 위원들은 현재의 통화정책이 과도하게 제약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9월 회의에 앞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으며, 향후 들어올 모든 지표를 기반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46.5%, 동결 가능성은 53.5%로 집계됐다.
FOMC 결과가 공개된 이후 미국과 한국 간 관세 협상이 15% 수준에서 타결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더해 대외 교역 여건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한은의 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간밤 FOMC에서 연준의 경기 인식이 하향 조정됐고 소수의견이 제기됐지만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 관세 협상은 15% 수준에서 타결되며 관련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미·중 등 주요국 간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글로벌 교역 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의 흐름과 함께 관세 조정이 환율, 물가, 성장률 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안정성도 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90원대를 넘나들며 금리 인하 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자본 유출 등 외환 수급에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내외 금리차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금리 인하의 부담 요인이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6월 넷째 주 0.43%에서 7월 셋째 주 0.16%까지 4주 연속 둔화됐지만 20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책 시행 이후 한 달간 거래량이 85.8% 급감했음에도 신고가 비율은 66.1%로 전 가격대 중 가장 높았다.
하반기에는 일부 내수 회복 조짐에 대한 기대도 제기된다. 본격 집행되는 2차 추경은 성장률을 0.1%p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2분기부터는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 흐름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다만 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올해 성장률이 1%대를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한은이 통화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한은은 다음 달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동시에 올해와 내년의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 5월 기준 올해 성장률을 0.8%, 내년은 1.6%로 제시한 바 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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