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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 관내에서 진행 중인 대형 철도사업 곳곳이 ‘민원 지뢰밭’이다. 사업자 선정이 끝난 사업에 정거장, 노선변경부터 시공방법까지 변경해 달라는 요청까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마포구는 대장~홍대선 111정거장(홍대입구역) 위치 조정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111정거장이 마포구 대표 관광지인 ‘레드로드’구간에 설치되면 공사 진행 시 안전사고 위험과 상가 영업피해, 보행정체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용산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과 관련해 민자구간과 재정구간 공통으로 굴착방식을 나틈(NATM)에서 터널보링머신(TBM)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민자구간은 이촌고가 북측 철도부지, 재정구간은 삼각지 파크자이 왼쪽에서 각각 작업구, 환기구 공사를 진행하는데 장기간 공사로 소음과 진동이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구는 소음, 진동과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열어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 담당자가 반드시 참석할 것도 요청했다.
강남구는 구 의회와 함께 아예 국가재정사업으로 사업자 선정은 물론, 기본설계까지 마친 ‘수서~광주’ 복선전철 노선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강남구의회의 ‘수서~광주 복선전철 제2공구 노선변경 촉구 결의안’에 따르면 의회는 제2공구 노선이 강남구 세곡2지구 주거지역 하부를 통과하는 기본계획이 주민 생명, 안전, 정주환경 침해 우려가 크니 해당 노선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시 기본계획에 주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유사한 건설사업 추진 중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해 재해에 대한 주민 공포가 극심한 점, 강남구 구간 공사 진행 시 소음과 진동으로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빗발치는 민원들은 결국 공사비 상승은 물론 공사기간 장기화를 부채질해 인프라를 이용해야 할 시민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실제 대장~홍대선과 GTX-B사업과 같은 민간투자사업은 적기 개통에 실패하면 운영 ‘적자’가 불가피하다. 개통 시점에 맞춰 사업성 분석을 하고 교통운임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대장~홍대선은 실시계획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정거장 위치 조정은 공사비 뿐 아니라 추가 공사기간에 따른 개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발파공법 또한 사업자가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진행한 사항에 속한다. 나틈을 TBM으로 변경할 경우, TBM 사업자를 새로 찾아야 하는데다 TBM 기계를 사용해야 해 공사비가 대폭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사업 세부사항을 모두 확정한 공공건설 분야에까지 민원이 제기된 점이다. 수서~광주 구간 노선 변경은 민원을 넘어 공정성 시비까지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술형입찰로 사업자까지 선정을 끝내고 기본설계도 끝나 실시설계 중인 5000억짜리 철도공사 노선 변경 요청은 불가능하고 과도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노선 변경을 할 경우엔 전 정부 양평고속도로 사태처럼 특혜 시비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철도사업과 관련한 민원은 ‘님비(NIMBY)’인 동시에 ‘핌피(PIMFY)’. 즉, 철도 인프라는 원하면서 건설사업과 관련된 불편은 감수하지 못하겠다는 상호 모순된 감정이 얽힌 결과로 풀이된다. 박강수 마포구청장도 “대장~홍대선은 마포구 서북권 주민에게 매우 중요한 교통인프라지만 그만큼 역사 위치 선정은 주민 안전과 지역상권, 도시공간의 미래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민원 문제 해결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원인자 부담원칙으로 민원을 제기한 자치단체에서 비용을 투입하면 되지만 철도사업에서 제3의 기관이 별도 비용을 선뜻 투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장은 “민자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적기 개통을 하지 못하면 적자사업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엔 그런 사례가 없지만, 정상적으로 접근했을 땐 원래 민원을 요구하는 쪽에서 본인들이 그 비용을 감당해야 민원을 수용할 수 있다. 이 원인자 부담을 서울시에서 자치구에게 잘 얘기를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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