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 우려
세제 개편안 주가 부양 의구심
![]() |
[대한경제=권해석 기자]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대한 걱정과 내년 세법 개정안 실망이 더해지면서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이 이틀만에 108조원 넘게 증발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으로 인한 원화 약세 가능성까지 겹쳐지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온 국내 증시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3.88% 하락한 3119.4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일 3089.65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달 30일에는 3254.47까지 상승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가 나온 지난달 31일 장중에 코스피 지수가 3288.26을 기록하면서 종가기준으로 지난 2021년 7월6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3305.21의 턱 밑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 전환하면서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0.28% 하락 마감했고, 하루 뒤인 지난 1일에는 다시 3% 넘게 급락하면서 지난달 상승분을 거의 다 반납했다. 지난 2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총은 108조2098억원 가량 줄었다. 코스닥도 지난 1일 4.03% 넘게 급락하면서 하루에만 시총 16조7931억원이 사라졌다.
국내 증시의 급하강은 미국 관세 협상 타결 내용의 부정적 부분이 강조됐고, 지난달 31일 나온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질 결과로 풀이된다.
미 관세 합의의 경우 자동차 관세가 기존 0%에서 15%로 결정됐는데, 2.5%에서 15%가 된 일본보다 결과적으로 관세 충격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50억원 보유에서 10억원 보유로 강화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 세율은 국회에 제출된 안(25%)보다 높은 35%로 정한 정부의 세법 개정안까지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양도세 강화로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제 개편안은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유발했다”고 평가했다.
대외 여건도 국내 증시에 유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60%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4% 떨어졌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1.23% 하락했다.
미국 노동부가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의 전월 대비 증가 폭이 시장 전망(10만명)에 크게 못미치는 7만3000명으로 발표한 영향이다. 고용 시장 둔화가 시장에서 미국 경기 부진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인데, 국내 증시로도 충격파가 전달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미국 정책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신호가 약해진 것도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강달러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유입이 어려울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증시 부양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이 향후 증시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에 대한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 실적도 관건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던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와 세제 개편안에 대한 기대가 약화됐다”면서 “남아 있는 상승 시나리오는 기업 이익”이라고 내다봤다.
권해석 기자 haeseok@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