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삼성물산이 단체교섭권을 놓고 대표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벌인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사측은 2011~2020년 ‘어용 노조’ 성격인 에버랜드 노조와 교섭했다는 이유로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는데, 해당 기간 근로조건까지 소급해 금속노조와 다시 교섭해야 한다는 취지다.
![]() |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금속노조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이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인 에버랜드 근로자들은 2011년 7월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를 설립한 뒤 2020년까지 매년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금속노조 측의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매년 에버랜드 노조와 임금ㆍ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에버랜드 노조는 금속노조 지회보다 한 달 먼저 설립됐다.
그러자 금속노조 측은 “에버랜드 노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어용 노조”라며 2020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측은 이듬해부터는 금속노조를 대표노조로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나섰지만, 금속노조 측은 “2020년 이전의 임금ㆍ단체협약에 대해 단체교섭을 이행하라”고 청구 취지를 변경해 소송을 이어갔다.
재판 과정에서는 과거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노조의 교섭 요구사안 중 일부는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소급해 준수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임금 부분은 과거의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변경해달라는 것으로, 법률상 근거가 없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반면 2심은 “금속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과거 근로관계에 관한 것만이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노조가 임금이나 근로 시간 등 근로조건 기준을 소급해 동의하거나 승인하는 단체교섭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2심의 판단에는 ‘삼성물산의 에버랜드 노조 설립은 무효’라는 판결도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에버랜드 노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대항 노조로,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사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과거 근로조건에 대한 금속노조의 교섭 청구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적절하다”며 “금속노조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적법하게 교섭을 요구했으나 대항 노조인 에버랜드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교섭권이 보장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2심이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과 무관하게 과거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권이 인정된다고 본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이번 사건에서 대항 노조인 에버랜드 노조와 회사가 맺은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어 회사에 과거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 전ㆍ현직 삼성그룹 임원들은 금속노조 지회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어용 노조를 설립한 혐의 등으로 2022년 3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