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선정 결과’ 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들. 심화영기자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AI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정예팀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모두의 AI’ 출발점으로 규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핵심은 ‘글로벌 경쟁력’, 즉 ‘95% 미션’ 때문이다. 미국·중국 중심의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형 소버린 AI(자국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음성·영상까지 처리 가능한 차세대 통합 AI 모델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평가는 서면 평가를 통과한 10개 팀을 대상으로 모델의 초기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까지 독자적인 AI 기술 역량, 업계·학계에 파생형 모델을 개발 가능한 수준으로 공개하는 오픈소스 정책, 국가 AI 생태계 기여도 등을 종합 검토했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주관기업의 역량과 AI 원천기술 투자 경험, 오픈소스 계획 등을 중점 검토했다”며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음성 등 멀티모달 처리가 가능한 통합 모델을 지향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5개 팀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살려 고유한 전략을 세웠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로 범국민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제시했다. 업스테이지는 ‘Solar WBL’ 모델로 법률·의료·금융 특화 B2B 서비스를, SK텔레콤은 차세대 트랜스포머 기반 풀스택 AI로 통신·게임·모빌리티 전방위 서비스를 제안했다. NC AI와 LG AI연구원도 ‘도메인옵스’와 ‘K-엑사원’을 개발해 산업별 AI 전환을 지원한다는 전력을 내놨다.

정부는 이달 초 5개 팀과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말 1차 단계평가로 5개 팀을 4개로 압축한다. 이후 6개월마다 단계평가를 반복해 상위팀만 지원을 지속하며, 연말에는 국민평가를 통해 대국민 서비스 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단순한 모델 성능 경쟁이 아니라 실용화와 생태계 확장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 현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미국과 중국이 장악한 현 시장 구도에서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제3국’이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어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한국 AI의 글로벌 진출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사업이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평가와 경쟁을 통해 진화해나갈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AI스타트업 대표는 “후속 라운드마다 하나씩 탈락시키는 방식은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중장기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가 기술 로드맵과 성과 평가 지표를 보다 명확히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ㆍ이계풍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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