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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에 한 번? 이젠 매년”… 극한호우, 뉴노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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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8-04 16:53:57   폰트크기 변경      
남부, 또다시 물폭탄…시간당 142.1㎜ 퍼부어

하루 만에 한달 강수량ㆍ전남·광주 피해 속출

“6~7일 또 극한호우” …“부족한 대응시스템 문제”


지난 3일 전남 무안군에 시간당 140㎜의 폭우가 내려 읍내가 침수되고 있다. / 사진 : 무안군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200년에 한 번’이라던 폭우가 이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남부지방은 지난달 중순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데 이어 4일 밤사이 또다시 시간당 142.1㎜의 ‘극한호우’를 맞았다. 기후가 바뀌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지만, 도시 인프라는 여전히 이를 감당하지 못해 매년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는 이상기후 피해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4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 전남 무안에는 반나절 새 289.6㎜의 비가 쏟아졌다. 8월 한 달 평균 강수량(249㎜)을 단숨에 넘어선 ‘극한호우’였다. 특히 무안공항에는 시간당 142.1㎜의 비가 집중됐다.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기록”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기록적 폭우’가 이제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당 100㎜ 이상의 호우는 과거엔 수십∼수백년에 한 번 있는 이례적 상황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매년 각지에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한강수의 일상화”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뉴 노멀’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도시기반시설은 여전히 예전 설계기준에 머물러 있어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이번 기록적 폭우도 곳곳에 피해를 남겼다. 무안군 현경면에서는 비닐하우스 침수를 막으려다 굴착기가 넘어지며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함평군 대동면 주택이 침수돼 독거 여성이 구조됐고, 광산구 주택에서는 어르신 2명이 물에 갇혔다가 구조됐다. 전남과 광주에서 접수된 비 피해 신고는 각각 413건, 186건에 달했다.

낙뢰도 광주에서 317차례, 전남에서 1325차례 관측됐다. 광주 지역 연간 낙뢰 횟수의 절반 가까이가 하루 만에 집중된 것이다.

기상청은 6∼7일 사이에도 ‘국지성 극한호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예보했다. 이번 비구름은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폭이 좁은 띠 모양으로 형성됐다.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남서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구름대가 발달했고, 정체되면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

특히 이 구름대가 남부지방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이미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 다시 재난이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상 강수량도 만만치 않다. 6일 하루 동안 수도권ㆍ서해5도ㆍ강원 내륙ㆍ충청은 30∼80㎜, 전북 10∼60㎜, 경북 중ㆍ북부 10∼50㎜, 광주ㆍ전남 북부 5∼40㎜, 강원 동해안ㆍ부산ㆍ울산ㆍ경남ㆍ대구ㆍ경북 남부ㆍ울릉도ㆍ독도는 5∼30㎜, 전남 남부는 5∼20㎜, 제주도는 5∼10㎜의 비가 예상된다. 또 5일 새벽까지 울산ㆍ대구ㆍ경북ㆍ경남 내륙에는 80㎜ 이상의 강한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폭우는 지난 23일 시간당 1030㎜의 강한 비가 경남과 경북남부를 중심으로 내린 데 이은 연속된 강수다. 당시 울산과 경남 중ㆍ동부 내륙에는 120㎜ 이상, 대구와 경북 남부에는 100㎜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반복되는 재난이지만, 침수와 감전, 붕괴 등 인명ㆍ재산 피해를 막지 못하는 이유는 인프라의 대응력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영훈 고려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도시 구조가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는 이상 뉴노멀로 다가온 새로운 기후 환경을 감당할 수 없다”며 “하천 범람 기준, 배수 설계, 전력망 안전도까지 모두 다시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중부지방은 예상보다 빠르게 남하한 건조공기 탓에 비구름대가 북상하지 못해 강수량이 당초 예보보다 적었다. 기상청은 “북서쪽의 건조공기가 빠르게 유입되며 서울 등 중부지방의 열대야도 8일부터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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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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