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 제공]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이재명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세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특히 정청래 신임 대표는 당내 의원들에게 ‘공개 발언 금지령’을 내리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논란이 뜨거운데 당내에서는 이렇다저렇다 공개적 논란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 시간 이후로 이 문제는 비공개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님들은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에게 ‘A안’과 ‘B안’을 작성해 최고위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김병기 당 원내대표는 주가 폭락 등 후폭풍이 본격화된 지난 1일 ‘대주주 기준 50억→10억원 하향’ 등 세제 개편안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개편안 마련을 주도한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내 대표적 ‘금융통’인 이소영 의원을 필두로 10여명의 의원이 ‘기준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이에 동참하는 목소리가 더욱 확산되는 조짐이다.

이 의원은 “현재까지 여당 의원 13명이 세제 개편안에 공개적 우려 의견을 표명했고, 국민 청원도 11만명 동의를 넘겼다”며 “당정이 겸허히 재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과감히 철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공세도 한층 더 격화됐다. 여당의 대응 방식과 휴가를 떠난 이 대통령의 ‘부재’까지 싸잡아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대응은 혼란스럽기만 하다”며 “앞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약속하면서 뒤에서는 1500만명의 개인 투자자 주머니를 털어가는 정부와 민주당의 기만적인 정책에 국민적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날 “개미들은 증시 폭락으로 있던 휴가비도 다 날렸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태연히 휴가를 떠났다”며 “개미핥기 같은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리얼미터 제공

세제 개편 논란은 지난주까지 이어진 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낙마 등 ‘인사 참사’ 악재를 딛고 3주 만에 반등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와 향후 국정동력 확보에도 핵심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7월28일∼8월1일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응답은 전주(61.5%) 대비 1.8%포인트(p) 상승한 63.3%로 나타났다. 부정 여론은 1.6%p 하락한 31.4%다.

7월 기록적 폭염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한미 무역협상 타결이 긍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지난주 당정의 ‘세제 개편’ 논의 공식화와 맞물리며 추가 상승에는 제동이 걸렸다는 평이다. 실제로 지지율은 지난달 29일 66.2%로 정점을 찍은 후 30일 63.4%, 31일 61.9%, 8월1일 61.4%로 하락세를 보였다. 29일은 당정 협의에서 정부 세제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며 논쟁이 불거진 시점이다.

리얼미터는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 등 부정적 여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여당 지도부는 당내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재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대주주 기준이 30억원 안팎으로 절충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인용된 조사는 무선 자동 응답 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 5.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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