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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 ‘고온 가속화’ 측정법 도입 놓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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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8-06 06:00:51   폰트크기 변경      

국표원, 장기 열저항값 측정 방식인

‘슬라이싱법’에 추가 도입 방안 유력

도입 요구해온 PFㆍ우레탄업계 반색

일부선 “과학적 근거 부족 시기상조” 




[대한경제=서용원 기자]유기단열재의 25년 뒤 단열성능(장기 열저항값) 측정 방식을 둘러싸고 업계가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이 현행 슬라이싱법에 더해 고온가속화법을 추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논쟁이 본격화됐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표원은 기술심의위원회를 열고 단열재 장기 열저항값 측정법에 고온가속화법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고온가속화법 도입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유기단열재 통합 KS규격(KS M ISO 4898)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이는 2026년부터 국토교통부가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에 단열재 장기 열저항값 반영을 의무화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단열재 장기 열저항값 측정법은 슬라이싱법과 고온가속화법 두 가지가 있지만, 현행 KS는 1999년 제정된 국제표준(ISO 11561)을 그대로 따와 슬라이싱법만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PF(페놀폼)ㆍ우레탄업계는 지속적으로 고온가속화 방식 도입을 강력히 요구한다. 현행 KS 측정법(슬라이싱법)으로는 PFㆍ우레탄에 대해 제대로 된 물성 측정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PF와 우레탄은 내부 독립기포들이 단열성을 확보하는데, 제품을 슬라이스하면 독립기포가 깨져 단열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슬라이싱법 사용 시 PF는 20%, 우레탄은 30%까지 단열성능이 저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고온가속화 방식을 사용하면 PF는 10%, 우레탄은 20%가량 저하에 그친다. 고온가속화 방식은 독립기포를 인위적으로 손상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표준(EN)에서는 슬라이싱ㆍ고온가속화법 두 가지 중 선택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고온가속화법 도입이 세계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럽 등 20여개국에선 두 방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고온가속화법이 측정 기준으로 삼기엔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ISO가 아직도 고온가속화법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고온에서의 물성 변화 문제와 시험결과의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고온 가속화법이 먼저 개발됐지만, 과학적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슬라이싱법이 도입됐다. ISO가 슬라이싱법만 채택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등에서는 슬라이싱법만 사용하고 있다. 특정 단열재에 불리하다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다. 과학적 근거가 명확해질 때까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의견이 상충하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청회나 설명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장기 열저항값을 의무 반영하는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창호의 수명을 20년으로 보고 있으며, 20년이 지나면 단열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창호에는 단열재 외에도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는데, 단열재의 성능만 보겠다는 것은 통합 에너지 관리라는 측면에서 어긋난다. (장기 열저항값 측정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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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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