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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공사협회 회원사 및 임직원 300여 명이 지난달 30일 대전시청 앞에서 대전지하철 2호선 건설 신호설비공사 입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제공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대전도시철도 2호선(트램) 관련 신호설비공사가 전기공사 및 정보통신공사 간 업역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전기공사업계는 무실적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수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집단행동과 입찰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불사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정보통신공사업계는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라고 맞선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 신호설비공사’ 5개 공구(1∼5공구)의 입찰을 마감하고 낙찰자 결정을 위한 심사를 진행 중에 있다. 해당 공사는 적격심사대상으로 공구별 추정가격은 30억∼50억원으로 책정됐다.
사달은 대전시가 해당 공사의 입찰참가자격에 실적 제한을 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여기에 전기공사업뿐 아니라 정보통신공사업까지 문호를 개방했다. 그동안 국가철도공단 및 지자체 철도(지하철) 의 신호설비공사는 대부분 관련실적이 있는 전기공사업체가 수행해왔다. 물론 정보통신공사업법 상 공사 종류에 철도 통신ㆍ신호설비공사가 포함돼 있지만, 입찰참가자격에 정보통신공사업체를 명시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보다 많은 지역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입찰참가자격 조건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해당 공사는 지역의무공동도급 대상으로 타지역 업체는 동일업종의 지역업체를 49% 이상 참여시키도록 했다.
업역 간 갈등은 지난달 31일 개찰 후 본격화했다. 5개 공구 중 2공구에서 정보통신공사업체인 A사가 1순위 심사대상자가 된 것이다. A사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정보통신공사업체가 철도 신호설비공사를 수행하는 첫 사례가 된다. 나머지 1ㆍ3ㆍ5공구는 전기공사업체가, 4공구는 전기ㆍ정보통신공사 겸업 업체가 1순위에 올랐다.
입찰공고 전부터 우려를 나타낸 전기공사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전기공사협회는 개찰을 하루 앞두고 대전시청 앞에서 수백명이 모여 입찰 철회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고, 대전시가 입찰을 강행하자 법원에 입찰중지 가처분신청까지 냈다.
협회 관계자는 “수천 명의 철도 전문가를 보유한 국가철도공단이나 코레일 등도 지난 수십 년간 신호설비 공사는 전기공사업체에만 맡겨 왔다. 이는 약간의 실수만으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공정이기 때문”이라며 “대전시가 입찰행정을 강행해 무경험 정보통신공사업체가 시공할 경우 불법 하도급 문제가 발생하고, 향후 대전시민의 안전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철도 신호공사는 정보통신공사법에 따라 정보통신공사로도 분류돼 있다. 그동안 관행처럼 전기공사업체만 입찰에 참여했지만, 신호설비공사에는 정보통신 관련 기술의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며 “입찰중지 가처분과 관련해서는 대전시ㆍ대전지방법원에 회원사들의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는 등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대전시는 관련 절차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나라장터 등록 업체 기준으로 관내 전기공사업체가 800여개사, 정보통신공사업체가 500여개사다. 법령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 전문가들과 논의해 발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램 운행의 핵심인 차량운행시스템은 이미 현대로템 등에서 수행하기로 했다. 신호설비공사는 상대적으로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해 실적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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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라장터에 따르면 2023년부터 현재까지 입찰공고된 추정가격 10억 이상 50억원 미만의 철도 신호설비공사는 총 22건으로 집계됐다. 22건 모두 입찰참가자격으로 전기공사업 등록업체로 한정했고, 선로전환기 등 관련 공사실적을 요구했다. 이 중 12건은 필수 기술인력 보유 조건도 내걸었다. 이번 대전도시철도 2호선처럼 무실적에 정보통신공사업체까지 포함시킨 공사는 없었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은 2028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총연장 38.8㎞를 트램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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