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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이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7일 본격 시행된다. 현대 자유무역 체제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상징인 미국의 상호관세 시행으로 세계 무역 질서와 역사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날 0시1분을 기해 상호관세 부과를 발효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에 ‘고관세’ 선전포고에 나섰다. 첫 타깃은 대미 교역 규모 1∼2위로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와 캐나다였다. 트럼프는 마약류인 ‘펜타닐’ 미국 불법 유입 등을 이유로 내걸고 징벌적 관세 25%를 부과했다. 4월2일에는 무역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57개 국가를 대상으로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관세 ‘+α’를 얹은 ‘상호관세’를 공식화했다. 동맹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던진 ‘폭탄’이었다.
트럼프가 ‘미국의 해방일’로 명명한 이날 선언 이후 세계 각국은 혼란에 휩싸였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기반으로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누리던 한국도 25%(기본 관세 10%+상호 관세 15%) 관세 부과를 통보받으며 날벼락을 맞았다. 트럼프 정부는 시행 직전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했으며, 종료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7일엔 한국을 비롯한 주요 10여개 무역상대국에 상호관세율을 다시 통보하고 발효 시점을 8월1일로 다시 못 박았다.
우리 정부는 정권 교체기 와중에 미국과 릴레이 협상을 이어간 끝에 8월1일 유예시한 직전 대미 협상을 마무리지었지만, ‘15%’ 관세 부과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등 출혈을 피해갈 수 없었다. 앞서 트럼프의 사실상 ‘최후통첩’인 관세 서한을 각국에 보내면서 협상 전에 탄력이 붙었다. 영국(상호관세율 10%), 베트남(20%)에 이어 필리핀(19%), 인도네시아(19%), 일본(15%), EU(15%) 등이 잇따라 미국과 무역합의를 마무리했다.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에서는 ‘선방했다’는 자평이 잇따르고 있지만, 미국은 무역상대국의 관세율을 선심쓰듯 일부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약속받았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일종의 ‘수금 활동’으로 변질했다고 매섭게 비판하기도 했다.
더욱이 상호관세 시행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사고 있다. 미국은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위시한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 공화국)’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에 대해선 관세를 정치ㆍ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행보도 보인다. 브라질의 경우 트럼프와 친분이 두터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현재까지 가장 높은 ‘50%’ 관세,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압박하며 ‘2차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와 의약품 등의 품목별 관세 부과도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약간의 관세(small tariff)를 부과하지만, 1년이나 최대 1년 반 뒤에는 150%로 올리고, 이후에는 250%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관세 드라이브’가 세계 각국의 대미 투자로 이어지며 미국의 제조업 부흥, 일자리 창출, 무역적자 해소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 최대치와 여러 국가에 통보한 관세율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IMF는 실효 관세율이 반등할 경우 세계경제 성장세가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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