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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약가 전쟁’, 실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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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8-08 12:52:33   폰트크기 변경      
1기 행정부 때도 무산…법적 근거 취약성이 최대 걸림돌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압박이 실제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 때도 거의 동일한 ‘최혜국 대우(MFN)’ 정책을 추진했지만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법적 소송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법적 근거의 취약성이다.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 특정 가격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제한적이다. 현재 정부가 약가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경우는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 공적 보험 부문에 한정된다. 그마저도 제약회사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한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전면적인 가격 통제는 헌법상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제약업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 조직인 PhRMA(미국연구제약공업협회)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수억 달러를 로비에 투입하며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제약회사들은 “약가 인하가 신약 개발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환자들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논리로 저항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근’도 함께 제시한 것이 변수다. 제약회사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충하거나 직접 판매(DTC) 방식을 도입하면 관세 부과 등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도매업체와 보험사, 처방약급여관리업체를 거치면서 처방약 가격이 조정되지 않도록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중간 유통업체들의 마진을 없애 최종 소비자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전면적인 약가 인하보다는 단계적이고 선별적인 접근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질환 치료제부터 시범 적용하거나 제네릭 의약품 시장 활성화 정책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보험사와 제약회사 간 가격 협상의 투명성을 제고하거나 해외 의약품 수입을 확대하는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약가 인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약가 문제는 당파를 초월한 국민적 관심사로 약가 인하를 주장하면 여론조사에서 항상 높은 지지를 받는다. 동시에 제약업계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후원 세력이어서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제약회사들은 전면전보다는 타협점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약회사들로서는 일정한 양보를 통해 더 큰 규제를 피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정치적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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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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