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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환경 사각지대' 고창군, 가축분뇨 폐기물을 퇴비로 '둔갑'…선 넘은 '봐주기 행정'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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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8-08 19:16:57   폰트크기 변경      
주민 민원으로 불거졌지만 1년 넘게 방치
특사경 운영 안 해…단속 초기 대응 미흡
뒤늦은 오염수·토양 시료 채취…신뢰성↓
"원상복구·행정대집행 등 강력 대응 해야"

[대한경제=김건완 기자] 전북 고창군이 '환경 사각지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최근 군내 한 임야에 가축분뇨 폐기물이 3만㎡(약 9000평) 규모로 불법 살포된 사실이 드러났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이를 퇴비로 처리해 방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성송면과 대산면 일원에서 지역 주민들은 심한 악취를 호소하며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축분뇨 폐기물에서 발생한 악취로 일상생활이 어렵다"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그런데 단속 공무원의 초기 대응이 미흡해 늑장ㆍ봐주기식 행정과 솜방망이 단속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대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가 된 현장에는 지난해 25t 트럭 20여 대 분량의 가축분뇨 폐기물이 실려와 그 중 절반이 주변 산지에 살포됐고, 나머지는 현장에 방치돼 있다. 해당 폐기물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적법한 퇴비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이미 살포된 폐기물은 인근 토양과 수질 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8일 전북 고창군  성송면 한 임야에 가축분뇨로 의심되는 폐기물이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사진:김건완 기자


올해 6월부터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고창군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폐기물 출처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현장의 토지주와 임대경작자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가운데 임대 경작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 의뢰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돼 의혹을 증폭시켰다.

군이 최근 경찰에 협조 요청한 수사의뢰서에는 처벌 수위가 높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적용은 빠지고, 상대적으로 처벌 강도가 낮은 '비료관리법'만 적용됐다. 그러나 취재가 계속되자 군은 지난달 말에 이르러 이를 수정해 가축분뇨법 등을 추가했다.

가축분뇨법은 위반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환경 범죄 중에서 강력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이에 비해 비료관리법은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형량·벌금이 모두 낮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행정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특히 고창군의 경우 환경 분야 전문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 제도가 3년째 운영하지 않아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일반 경찰은 수사 역량이 뛰어나지만, 환경 범죄에는 전문적인 수사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악용해 군 곳곳에서 유사 불법 행위가 만연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민원 발생 초기에 침출수와 토양, 오염수 시료를 채취했다면 오염 경로와 범위를 정확히 파악했을 텐데, 늦은 대응으로 시료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창군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행정 처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던 만큼, 지금이라도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불법 행위가 확인된다면 사법 처리를 포함해 전 구역에 합당한 행정 처분과 원상복구를 반드시 이행할 것이며, 필요시 행정대집행도 불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공직자 출신의 한 지역 원로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환경법 위반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직무 태만과 특사경 제도 미(未)운영이 겹쳐 환경 불법 행위를 키운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고창군 등에 따르면 군내 2021년 가축분뇨 배출시설 점검에서 141곳 가운데 33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으며, 2022년에도 35건의 위반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행정 처분은 일부에 그치는 데다 그마저도 솜방망이 수준이어서 같은 유형의 불법행위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


김건완 기자 jeon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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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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