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69건… 이자 합산 522억 규모
소비쿠폰 분담만 자치구 2317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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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픈AI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자치구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건물을 짓는 등 신규사업을 대거 늘린 곳이 한둘이 아닌데 이번에 생각지도 못한 두가지 예산 폭탄이 터진 겁니다.”
서울 A구청장은 “환경공무관 통상임금 문제로 한방 먹고 비틀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민생소비쿠폰 예산을 마련해야 해서 완전 기절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최근 환경공무관 통상임금과 민생소비쿠폰, 두 개의 ‘폭탄’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자치구 살림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민간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에도 재정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환경공무관 등 통상임금 관련 서울시 산하 25개 구청의 미지급액은 누적 약 2200억원. 최근 노사 합의에 따라 2015년 1월1일부터 올해 7월31일까지의 소급임금과 이자가 전ㆍ퇴직자 포함 3716명에게 지급된다. 총 지급액은 약 378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A구청장은 “환경공무관들이 각 구를 대상으로 소송에 들어간 게 보통 수십억씩”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인상분까지 다 반영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와 노조는 지난달 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되, 임금총액을 유지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8월부터 추가 근무시간을 주 2∼3시간 줄여 당분간 총액을 맞추는 방식이다. 시는 상여금을 그대로 반영하면 1인 평균 임금이 약 13% 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줄면 가을 낙엽과 겨울 폭설 청소, 연휴 전후 재활용품 수거 등이 지연되면서 생활 불편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는 2026년 임금체계 개편 용역을 발주해 2027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다시 지자체 살림살이를 주저앉혔다. 서울시는 시ㆍ구청장협의회와 논의 끝에 소비쿠폰 전체 사업비의 지자체 분담분 25%를 시 60%, 자치구 40%로 나눴다. 이에 따라 자치구 몫은 1ㆍ2차 소비쿠폰 합산 2317억원에 달한다. 재정이 취약한 구일수록 1인당 부담이 커져 내년도 자체사업 축소나 연기 가능성이 크다.
시는 “재정보조가 의무사항은 아니다”라며 분할 지급 등 완화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통상임금과 소비쿠폰이라는 ‘이중 타격’에 자치구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단 국ㆍ시비로 1차 지급분을 해결한 자치구들은 당장 2차부터는 구비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예비비와 기금 등 사실상 ‘비상 재원’을 꺼내 쓰고 있다.
A구청장은 “비상 시에 쓰려고 남겨둔 재정안정화기금 등을 이번 소비쿠폰 예산으로 다 썼다”라며 “신규 사업은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산 여력이 바닥난 구는 더 절박하다. 서울 B구청장은 “비상금은 없는데 당장 작년부터 새로 시작한 사업들을 포기할 수도 없고, 필수 복지 예산은 더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속이 탄다”라고 전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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