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동섭 기자] 미국에서 가상자산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길이 열리자 가상자산 시세가 크게 요동쳤다.
지난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미국 전체 은퇴자산 중 20.93%인 9조달러(1경원)를 차지하는 퇴직연금 401K에 가상자산투자을 포함하는 것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0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다는 소식이 있은 후로 이더리움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 이날 9시55분 4332.21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재경신했다.
같은 시간 비트코인 역시 11만6781달러를 기록하며 11만7000달러선 회복을 목전에 뒀다. 이는 지난 1일 미국고용지표 발표로 3일 동시간 11만4016달러까지 떨어진 낙폭을 일정부분 회복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을 전통 금융권에 흡수하려는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편입함으로써 암호화폐의 시세 변동성을 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로 높은 가격 변동성을 이유로 가상자산 투자를 회피하던 자산운용사들의 대규모 자금도 가상자산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메 마제라 자산운용사 블랙록 퇴직연금부 책임은 “이번 조치는 401k와 같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연금제도 수탁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준 것”이라며 “자산운용사들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수백만명의 미국들이 저축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제이슨 케프하트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 가상자산은 공시의무가 낮아 투명성이 낮고 채권이나 상장주식보다 현금화가 어려우면서 수수료가 높다는 문제점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실제 상품 도입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향후 대체자산 편입비중, 상품구조, 수수료 공개등 세부 규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를 위해 가상자산을 직접 편입하기보다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간접투자에 나설 수 있다”며 “최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모든 ETF 옵션 계약 한도를 기존 2만5000건에서 25만건으로 확대한 가운데 가상자산의 연금제도 편입행보 덕분에 비트코인 ETF의 유동성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 설명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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