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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집권 여당의 입법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새 사령탑에 오른 정청래 대표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는 취임 일성과 함께 ‘추석 전 개혁 완수’ 방침을 내놨다. 추석까지는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민형배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속도”라며 “8월 말까지는 법안을 만들고 9월 초부터는 법안 심사에 들어가서 입법 절차를 거쳐 9월 말까지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그동안 준비가 충분히 돼 왔고, 검토를 다각도로 해 왔고, 공청회도 여러 차례 했고, 토론회도 많이 했기 때문에 지금 안을 만드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은 ‘수사ㆍ기소의 완전 분리’를 목표로 검찰청은 폐지하는 대신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해 모든 수사기관을 관리ㆍ감독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사실상 ‘검찰청 폐지’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깊은 숙의를 거쳐도 모자랄 판에 ‘번갯불에 콩 볶는’ 식으로 졸속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부장판사 출신인 A변호사는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라며 “민주당의 구상대로 실제 입법이 이뤄진다면, 지금도 복잡한 형사사건 처리 절차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꾼 검ㆍ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건 처리 절차는 변호사들조차 헷갈릴 정도로 복잡해졌다.
경찰 수사 이후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던 이전 방식과는 달리 경찰에 1차적인 수사 종결권이 주어졌지만, 사건 처리 기간은 늘어났고 급기야 경찰 내부에서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를 만들면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깨고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커녕 ‘수사력 부족’ 논란만 불러왔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도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검찰개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추진하자는 것이다.
전체 사건의 약 1%에 불과한 검찰의 정치적인 수사가 문제라면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지, 나머지 99% 일반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시스템까지 망가트려서는 안 된다. 정권은 계속 바뀌지만, 한번 망가진 형사사법제도는 되돌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고한 국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일단 법을 만든 뒤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개정하자’는 식의 무책임한 입법은 곤란하다.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가 검찰개혁의 이유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 부디 전광석화가 아닌,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깊은 숙의를 통해 형사소송의 최고 이념인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법절차에 의한 ‘인권 보장’이 조화를 이룬 검찰개혁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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