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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진행된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고채’ 보고서 브리핑에서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단기 국고채 시장도입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대한경제=김동섭 기자]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단기채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진행된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고채’ 보고서 브리핑에서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단기 국고채가 발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원화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의 유동성 공급과 정부의 탄력적인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단기 국채 시장이 선행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기 국고채는 만기 1년 이하의 국채를 의미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지니어스 법안은 단기국채를 준비자산요건에 편입하면서, USDT, USDC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의 자산을 단기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미국 단기 국채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국채수익률에 하방압력을 가해 미국 정부의 차입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차관발행등으로 법제도상 단기 국채 발행에 문제는 없으나, 제도적인 제약으로 1년 미만의 단기 국채가 도입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가재정법상 발행액을 기준으로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으로 인해 정부부채가 더 커져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발행액을 기준으로 국채를 평가할 때 1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1년 대신 6개월 만기채권으로 2번 발행하면, 국가채무가 2배가 되는 착시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2015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초단기 경과물 국고채의 평균잔액은 14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체 국고채 잔액 중 1.8%의 비중만 차지할 뿐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4주, 13주, 26주 단기채를 매주 발행하는 등 단기 국고채 시장이 활성화돼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시장규모 확대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로 24조6630억달러 규모의 티빌(T-bill)단기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원화스테이블코인을 위한 단기 국채 인프라는 부재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국채 시장구조 하에서는 단기 국채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며,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어 수요가 확대될 경우에는 국채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 역시 왜곡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단기 국채는 또 정부의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해결하면서 장기 국채에 비해 낮은 이자율로 재정자금조달 및 운용효율화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며 “발행총액 대신 순증이나 잔액을 중심으로 단기 국채 시장을 운영하는 해외사례를 참조하여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단기 국채 발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사를 맡은 김세환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단기 국채를 도입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라며 “원화스테이블코인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서는 단기 국채 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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