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설계 당시 증설공간 확보
오세훈 시장, 1기 시절 확보한 공간 언급하며 지시
신규 매입 대비 공사비 12분의 1…공사기간도 5개월 단축
“2040년까지 서울 장례수요 감당”
자율주행로봇 도입해 수골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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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 사진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코로나19 당시 ‘6일장’과 ‘원정 화장’ 등 ‘화장대란’을 겪은 서울시가 1년 여간의 화장로 공사를 끝내고 해법을 내놓는다.
서울시는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증설을 1년 만에 마치고 오는 18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공사를 통해 화장로는 11기에서 15기로, 하루 처리량은 59건에서 85건으로 늘어났다. 서울시립승화원까지 합치면 시내 하루 평균 화장 가능 건수는 181건에서 207건으로 확대된다.
시는 이번 조치가 17년 전인 2008년 서울추모공원 설계 당시부터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추가 증설용’ 예비 공간을 확보해 둔 덕분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로 ‘6일장’, ‘원정 화장’이 속출하자 정수용 당시 시 복지정책실장이 신규 증설 방안을 보고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 1기 시절에 마련해둔 여유공간을 언급하며 “빈 공간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신규 부지 매입이 아닌 기존 시설 내 유휴공간 활용하라는 지시였다.
그 결과 부지 매입비가 들지 않아 화장로 1기 공사비는 18억원으로, 신규 화장장 건립(1기당 224억원) 대비 12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주민협의 기간도 최소화됐고, 설계ㆍ시공 병행과 자재 조기 발주 등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5개월을 단축했다. 공사 중에도 기존 11기는 정상 가동했고, 소음이 큰 작업은 야간에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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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추모공원 전경. / 사진 : 서울시 제공 |
시 관계자는 “서울시립승화원 구형 화장로 23기 교체가 끝나면 관내 하루 화장 가능 수량은 최대 249건까지 늘어 2040년 예상 수요(하루 평균 227건)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는 수요 대응과 장내 운영 효율화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추모공원은 화장 후 수골실 이동에 자율주행로봇(AMR) 5대를 도입해, 매립 선로를 따라 움직이는 자동유골운반차(AGV) 7대 이상의 역할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AI 기반 경로 설정으로 장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서울추모공원은 ‘기피시설을 기대시설로’ 바꾼 공간 실험이기도 하다. 청계산 자락 약 17만㎡ 중 12만㎡ 부지를 ‘꽃’ 모티프로 설계해 지붕은 3장의 꽃잎으로, 추모공간은 줄기와 이파리로 표현했다.
본관은 지표면에서 약 12m 굴착해 앉히고 주변에 23m 둔덕을 조성해 외부에서는 공원이 먼저 보이도록 했다. 차량 진출입로에 터널과 45m 자연석 옹벽을 두어 드나듦이 밖에서 드러나지 않게 했고, 입장부터 퇴장까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원스톱 동선으로 유족 동선을 분리했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입장부터 퇴장까지 한 방향으로 화장 절차가 진행되도록 원스톱 동선으로 설계해 입퇴장 공간도 완전히 분리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추모공원을 방문해 신규 화장로와 유족대기실, 공영장례실, 산골시설 등을 점검했다.
이날 오 시장은 “서울추모공원은 기피시설이라는 이유로 12년 넘게 추진되지 못했던 사업을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되살린 첫 번째 대규모 프로젝트였다”며 “당시 서울의 인구구조와 장례문화 흐름을 분석해보니 화장수요가 늘어 날것으로 예상됐고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10~20년 후를 내다보고 증설을 위한 예비공간을 확보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당시 확보한 공간이 시민들의 삶을 지키는데 쓰이게 되어 다행이며, 앞으로도 미래를 내다보며 장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하는 등 항상 대비하는 시정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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