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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은 ‘비용’ 아닌 ‘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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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01 11:54:42   폰트크기 변경      

홍성용 사단법인 서울건축포럼 의장

새 정부가 산업재해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건설분야의 재해 발생 비중은 여전히 높고, 중소건설사의 소규모 현장에 사고가 집중한다. 불시에 현장을 찾으면 안전모, 안전벨트 미착용은 흔하고, 이를 방관하거나 기본 도면조차 숙지하지 못한 현장소장도 많다. 필자가 맡은 현장에서 사고가 없었던 것은 사실상 ‘천운’이었다.

중소규모 현장은 역량이 부족한 현장소장, 안전의식이 결여된 작업자,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만을 요구하는 발주처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안전관리의 실패는 단순히 제도나 규정의 문제를 넘어 실무역량의 부재와 안전비용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다.

핵심 문제는 ‘안전’을 선택 가능한 비용으로 간주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안전은 절대 선택이 아닌 공사비에 포함해야 할 필수 원가다. 이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안전관리와 산재 예방의 출발점이다.

우선, 현장소장의 역량평가와 재교육, 그리고 역량지표 점수제 도입이 긴요하다. 현장소장은 안전과 품질 관리의 최전선에 있는 책임자이며, 그 자격과 전문성은 발주자와 행정당국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모든 작업자에 대한 의무 안전교육을 법제화해야 한다. 일례로 영국의 건설규정은 교육 이수 없이 현장 투입을 금하고, ‘CSCS Card(건설기술인증제)’ 보유를 의무화해 건설현장 사망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셋째, 시공자의 상세시공도면 작성 및 설계자 검토 의무화를 모든 현장으로 확대해야 한다. 여타 선진국에서는 시공 전 상세도면을 작성해 사전 위험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시공 품질을 높이며 기술 수준을 향상한다. 국내에서는 법령상 일정 규모 이상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하지만, 이를 전면 의무화해야 한다.

넷째, 비상주 현장에 대한 불시 점검 및 순회 감독관 제도, 3진 아웃제 도입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반복 위반 시 시공사 등록 말소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 전체 현장의 안전의식을 제고해야 한다.

끝으로 건축주와 발주처의 책임 명시가 필수적이다. 중소규모 현장에서 안전점검 승인 전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게 하고, 위반 시 벌금 및 행정처분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형식적 서류 관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질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최근 제도권에서는 감리 책임 강화나 건설사업관리(CM) 범위 확대를 강조하고 있으나, 인천 검단 ‘철근 누락 사건’이나 광주 건물 붕괴 사고처럼 대규모 CM 시스템을 적용한 현장에서도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해당 제도가 보완 대상일 수는 있어도 근본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건설현장 안전관리의 핵심은 일선 작업자와 집행자에 있다.

안전은 대개 비용으로 인식해 가장 먼저 절감하는 항목이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잘못된 접근이다. 안전이 비용이라면,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예외적 현상이다. 해법은 안전을 필수 원가로 인식하고, 사회 전체가 그 비용을 정당하게 지급하는 데서 출발한다.


홍성용 사단법인 서울건축포럼 의장 (더모이 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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