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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연구원 김유철 전략부문장 /사진:주LG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목표가 95%라면 세계 최고를 영영 따라잡지 못합니다. 우리는 100% 이상을 노립니다.”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LG AI연구원. 13일 만난 김유철 전략부문장은 첫 질문부터 수위를 끌어올렸다. 단순 추격이 아니라, 글로벌 톱티어와 정면승부를 선언한 것이다.
실제 최근 LG의 초거대 모델 엑사원(EXAONE) 4.0은 글로벌 AI 성능지표 ‘아티피셜 어낼리시스 인덱스 v2.2’에서 한국 1위, 글로벌 톱10에 올랐다. 동일 지표에 오른 오픈AI의 오픈웨이트 모델 ‘gpt-oss-20B’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지표는 글로벌 주요 오픈소스ㆍ상용 모델의 실제 활용 역량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통한다.
이번 결과에서 EXAONE-32B(Reasoning)는 51점을 기록해, 엔비디아 ‘Nemotron-4 340B v1.5’(52점), DeepSeek-V2.5(51점) 등과 사실상 동급에 올랐다. 규모가 수배 이상 큰 모델들과의 격차를 사실상 없앤 셈이다.
김 부문장은 “평가 항목이 바뀌면서 최종 성적표가 업데이트됐고, 특히 코딩과 수학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다”며 “벤치마크 전 항목을 끝까지 돌리기 전에는 점수가 과대하게 나올 수 있는데, 최종 집계에서는 EXAONE의 저력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글로벌 95%’를 목표로 잡는 순간 간격은 더 벌어진다”며 “개발과 데이터, 인프라를 선행 확보한 만큼 이제는 세계 최고를 넘어서는 것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은 AI를 바이오, 클린테크와 함께 ‘ABC’로 묶어 차세대 성장축으로 못박았다. 이 가운데 AI는 전사적 ‘AX’를 견인하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그룹 내에서는 엔터프라이즈 AI 에이전트 ‘ChatEXAONE’을 임직원 5만명, 전체 사무직의 65% 이상이 상시 활용 중이다. 김 부문장은 “AI는 이제 자동화를 넘어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기술”이라며 “EXAONE은 각 계열사의 공정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깊숙이 들어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컨소시엄의 전략은 풀스택 AI와 프런티어 AI라는 두 축이다. 풀스택 AI는 반도체부터 LLMㆍ멀티모달 모델, API,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국산 생태계다. 이를 위해 컨소시엄에는 퓨리오사AI(NPU), 프렌들리AI(서버리스 API), 슈퍼브AI(산업용 비전), LG CNS와 LG유플러스 등 인프라와 솔루션 역량을 갖춘 기업이 참여했다. 이스트소프트, 이스트에이드, 한글과컴퓨터, 뤼튼테크놀로지스 등은 대국민ㆍ기업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생활과 산업 현장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김 부문장은 “컨소시엄 구성의 기준은 경험과 즉시성”이라며 “이미 EXAONE을 도입해 운영 성과를 낸 기업이 중심이어서 연결과 확산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프런티어 AI 전략은 EXAONE을 글로벌 최고 수준 성능으로 끌어올린 뒤,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자와 기업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김 부문장은 “생태계가 커지는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전면 공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LG는 오픈소스 공개와 동시에 ‘소버린 AI 패키지 수출’에도 나선다. 단순히 모델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학습, 인프라, 운영, 컴플라이언스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패키지를 해외 정부나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김 부문장은 “기술과 기획, 실행력을 묶어 ‘운영 가능한 AI’를 상품으로 만든다”며 “국가별 AI 주권 수요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사업은 반기마다 1개 팀이 탈락하고 최종 2개 팀만이 국가 지원을 받는다. 김 부문장은 “기술, 생태계, 응용 서비스 모두 승부처지만 결국 핵심은 기술”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는 지난 5년간 EXAONE을 독자 개발했고, 데이터와 인프라, 컴퓨팅 자원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해왔다. 기준은 95%가 아니라 100%+다. 목표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한국의 AI가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K-EXAONE을 체감하는 시점에 대해선 “이미 시작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ChatEXAONE, 이스트소프트 ‘앨런’, LG유플러스의 ‘ixi-O’, 각 산업 특화 생성형 AI 서비스 등이 현실에서 쓰이고 있다. 앞으로는 산업용 비전검사, 지식검색, 문서자동화, 수요예측 등의 정밀화와 산업군별 전문 특화모델 확산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 부문장은 “원천 모델에서 하드웨어, 서비스, 최종 사용자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실전에서 돌리고 있다”며 “체감은 점이 아니라 면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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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글로벌 AI 성능지표 AA Intelligence Index v2.2 상위 모델 비교 8개 국제 벤치마크를 종합한 성능 지수에서 EXAONE-32B(Reasoning)가 51점으로 글로벌 톱10에 진입, 오픈AI ‘gpt-oss-20B’와 동률을 기록했다. /출처:글로벌 AI 성능 분석 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Artificial Analysis)’ |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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