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침하 취약 DㆍE구역 우선 조사
![]() |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현장. / 사진 : 연합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가 최근 연희동ㆍ명일동 등에서 잇따른 지반침하 사고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30년 이상 하수관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13일 밝혔다.
단발성 보수에서 벗어나 노후 관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전체 하수관의 절반이 넘는 노후 구간을 대상으로, 지반침하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상태를 정밀 평가하고 정비계획을 세운다.
이번 조사는 3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6029㎞ 구간을 관리하기 위한 장기 계획의 첫 단계다. 1단계에서는 ‘우선정비구역(DㆍE등급)’ 내 노후 원형 하수관로 1848㎞를 우선 조사한다. 관로 내부 CCTV와 육안조사로 상태를 진단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유지보수 계획을 수립한다.
이번 전수조사 대상은 지반침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원형 하수관로’이며 사각형거나 차집관로 등 1199㎞ 구간은 별도 관리계획에 따라 정비를 진행한다.
1단계 사업 기간은 이달부터 2027년 8월까지 24개월이다. 서울 전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총 137억원을 투입해 용역을 발주한다. 1단계가 끝나면 AㆍBㆍC등급 내 30년 이상 원형 하수관로 2982㎞에 대한 2단계 조사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의 하수관 노후화는 시민 안전과 직결된 과제다. 최근 10년간 지반침하 228건 중 가장 큰 원인은 ‘하수관로 손상’으로 111건(48.7%)을 차지했다. 2023년 기준 전체 하수관로 1만866㎞ 가운데 30년 이상은 6029㎞(55.5%)에 달한다. 시는 “잠재적 위험이 큰 만큼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시는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국비 지원의 제도화를 다시 요구하고 있다. 현재 노후 하수관로 개보수ㆍ관리 예산은 시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명일동 지반침하 등 사회적 이슈 때 한시적 국비 338억원이 추경으로 지원된 사례가 있으나, 근본 해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행 ‘하수도법’ 제3조가 국가의 재정ㆍ기술 지원 책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이유로 서울은 사실상 국비 지원에서 제외돼 왔다.
이에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국비 지원 기준을 재정자립도 중심이 아닌 ‘실질적 위험도’ 중심으로 바꾸자고 건의할 예정이다. 노후 관로 연장, 지반침하 이력, 지하시설물 밀도 등을 반영해 지원 대상을 정하고,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취지에 맞춰 광역시 수준의 국고보조율(30%) 적용 검토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하수도 관리체계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정성국 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이번 전수조사는 하수도 관리 패러다임을 ‘사고 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시민 안전에 직결된 기반시설 관리에는 국가와 지방의 구분이 있을 수 없는 만큼 국비 지원 제도화를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라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