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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ㆍ저효과’ 산업안전 정책, 처벌보다 안전기준 ‘실효성 확보’가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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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8-13 16:50:26   폰트크기 변경      

중처법 3년 6개월…산업 안전 ‘고비용 저효과’ 진단
산안감독관 1300명 충원해도 사고사망자 감소 미미
안전역량 부족한 중소ㆍ영세기업 지원 강화 필요


(왼쪽부터) 함병호 한국교통대 교수,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교수,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 /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우리나라가 산재예방에 상당한 인력과 재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고비용 저효과’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 6개월이 지났지만, 뚜렷한 산재예방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처벌수단 마련을 고민하기보다 현행 안전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산재예방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 세미나에서는 산업안전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이러한 의견에 입을 모았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제재와 엄벌에 치우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제의 한계점을 꼬집었다.

실제,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 수는 지난 2017년 409명에서 올해 89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내년엔 1300명을 추가로 충원, 2195명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산재예방 예산의 경우, 2020년 5134억원에서 지난해 1조 2878억원으로 5년 새 2.5배 증가했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고 있지만, 사고사망자 수는 효과적으로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827명으로, 하루 2.4명꼴이다.

정 교수는 “안전선진국들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제재 강도를 높임으로써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방시스템의 충실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업장 작업환경의 다양성과 급격한 기술변화 등을 고려할 때, 사업주의 자율적 산재예방활동을 촉진하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안법과 중처법상 중복ㆍ상이한 사업주 의무 조항 정비 △과도한 원청 책임 부여하는 도급규제 혁신을 통한 법 해석과 집행의 합리성 제고 △건설공사발주자 역할과 책임 명확화 △위험성평가 내실화 △세부 안전보건기준의 정교성 개선 △지도ㆍ지원 중심의 감독행정 전환 등을 주요 개편방향으로 제시했다.

다른 발제자인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중소ㆍ영세기업들의 산재감소 전략방안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생존에 급급한 중소기업 현실에서 정부 규제만으로 효과적 산재예방 활동이 이루어지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한국의 중소기업 경쟁력은 최하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심각해, 제재나 처벌로 접근하기보다 더 큰 보상과 인센티브 제공으로 안전관리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중소기업 안전보건활동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고 노력에 대한 실효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문인력 양성과 안전기술 연구개발, 민간 전문기관 활성화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산재예방 지원 및 시장 진흥 법률’의 신규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오래전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안전선진국들은 엄벌주의 정책과 획일적 규제방식만으로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규제의 수용성과 효율성을 높여 안전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사정이 힘을 모아 안전시스템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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