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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 기술총괄 /사진:네이버클라우드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은 단순히 텍스트를 입력해야 답을 주는 AI가 아닙니다. 표정과 말투, 주변 맥락까지 읽어내 사용자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말 그대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를 지향합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 기술총괄은 17일 인터뷰에서 네이버가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에서 내세운 차별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네이버 컨소시엄의 핵심 프로젝트는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텍스트ㆍ이미지ㆍ음성ㆍ영상을 아우르는 멀티모달을 넘어, 사용자의 상황과 감정까지 해석하는 것이 목표다.
성 총괄은 “옴니 모델은 국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AI의 시작점”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에이전트 플랫폼 생태계를 소개했다. 기업들은 네이버 플랫폼 위에서 자신들의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결한 특화형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고, API와 경량화 모델은 다양한 활용을 가능케 한다.
특히 영상 AI 기업 트웰브랩스가 데이터 총괄로 합류하면서 고품질 학습 데이터 확보에 속도가 붙었다. 그는 “트웰브랩스의 세계 최고 수준 영상 이해 기술이 옴니모달 AI를 진화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총괄은 네이버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5개팀 중 하나로 선정된 이유를 “AI 풀스택(Full-stack)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모델 개발부터 클라우드ㆍ데이터센터 운영, 서비스 적용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 기술 종속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세 가지 강점을 꼽았다. 첫째, 자체 인프라 위에서 모델을 운영하는 기술 자립도. 둘째,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산업 확장성. 셋째, 서비스와 플랫폼을 연결해 투자와 수익을 순환시키는 지속 가능성이다. 성 총괄은 “다른 팀들이 대규모 모델을 실제 배포ㆍ운영해 본 경험이 드문 반면,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라는 실체를 이미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최신 모델의 95%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 성 총괄은 “도전적이지만 현실적인 목표”라면서도 단순 수치 경쟁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벤치마크 점수만 좇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ㆍ한국 문화와 같은 특화 영역에서 글로벌 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검색, 뉴스, 커머스 등 서비스에서 쌓아온 데이터 처리 경험과 트웰브랩스의 전문성을 결합해 비정형 데이터를 대규모로 정제ㆍ학습할 계획이다.
성 총괄은 한국형 소버린 AI의 가장 큰 장벽으로 데이터 거버넌스를 꼽았다. “라이프-롱 로그 같은 초민감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용자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 역시 해결 과제로 지목했다. “이미지 생성 모델 대부분이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며, 정부 차원의 명확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PU 지원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네이버는 생활 속 서비스 전반을 AI 에이전트의 관문(Gateway)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검색 창에서 문제 해결형 에이전트가 연결되고, 커머스에서는 결제ㆍ배송 에이전트가 자연스럽게 호출된다. 금융, 상권분석, 마케팅까지 국민의 일상에 필요한 맞춤형 에이전트가 제공되는 그림이다.
글로벌 전략도 병행한다. “우리는 모델 하나가 아니라, AI 풀스택과 플랫폼 자체를 수출합니다. 각국이 자국 데이터 주권을 중시하는 흐름에서 네이버의 ‘소버린 플랫폼 AI 솔루션’은 매력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반기마다 탈락 팀을 정해 최종 2개 팀만 살아남는다. 성 총괄은 생존 자신감의 근거로 ‘실체’와 ‘비전’을 들었다. “우리는 이미 하이퍼클로바X라는 실체가 있고, 단순 성능 경쟁을 넘어 ‘에이전트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풀스택 역량은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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