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57억 수령… 김창한 대표 제쳐

경영진보다 개발자 보수 높은 사례 확산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ITㆍ게임업계에 성과주의 시대가 본격화됐다. 올 상반기 업계 보수 1위 자리는 오너나 대표이사가 아닌 개발자가 차지했다. 크래프톤에서 ‘배틀그라운드’ IP(지식재산권)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장태석 이사는 6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으며 ‘연봉 킹’에 올랐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 이사는 올 상반기 급여와 상여, 기타 보수를 합쳐 총 57억3500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같은 회사인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39억1400만원)는 물론, 네이버ㆍ카카오 등 빅테크나 다른 게임사 대표들의 보수를 모두 제친 수준이다.

네이버에서는 최수연 대표가 상반기 25억5000만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5억9800만원을 각각 받았다. 다만 최고액은 한성숙 전 대표(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였다. 그는 지난해 3월까지 유럽사업개발을 총괄한 성과를 반영해 상반기 52억2300만원을 받으며 네이버 내 보수 1위에 올랐다.

카카오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정신아 대표가 9억3300만원을 수령했고, 지난해까지 회사를 이끌었던 홍은택 전 대표(현 고문)가 12억8000만원을 받아 카카오 최고 보수자로 기록됐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상반기 19억8200만원, 박병무 대표가 10억800만원을 수령했다.

넥슨게임즈의 경우 ‘퍼스트 디센던트’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이범준 PD가 상반기 11억5000만원을 수령해 박용현 대표(7억원)를 앞질렀다. 넷마블은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진두지휘한 권영식 넷마블네오 대표가 15억8500만원을 받으며 방준혁 넷마블ㆍ코웨이 의장(12억6200만원)을 넘어섰다.

네오위즈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P의 거짓’을 제작한 라운드8스튜디오 박성준 본부장(6억2800만원)과 최지원 실장(5억8400만원)이 김승철 네오위즈 공동대표(5억8500만원)보다 많은 보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가 경영진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성과 중심의 보상 구조가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결국 ‘누가 회사를 운영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시장을 움직였는가’가 보수를 결정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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