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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레임덕 국정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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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8-28 04:00:12   폰트크기 변경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레임덕(Lame duck)이 온 것 같다. 레임덕은 ‘다리를 저는 오리’라는 뜻으로, 대통령의 권위나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서 국정 수행에 차질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에게 나타날 현상이 벌써 나타난다.

8월 13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되었다. ‘세계를 이끄는 혁신 경제’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과 ‘경제성장의 대동맥,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그리고 유사한 정책이 나열되었다.

이게 왜 문제인지 발전원별 전력단가를 살펴보자. 2023년 기준 전력 1 킬로와트시(kWh)를 생산하는데 원자력 55원, 석탄 140원, LNG 214원, 신재생 258원이다. 2022년에는 원자력 52원, 석탄 158원, LNG 239원, 신재생 271원이었다. 해마다 달라지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는 원전의 5배 이상이다. 당연히 재생에너지 위주의 정책을 하면 전기요금은 올라간다.

원자력이나 석탄은 발전소 건설에 수 년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 송전망을 건설할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건설에 1년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발전소를 건설해두고도 송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걸 대비하여 100조 원을 들여서 에너지고속도로를 미리 건설해 두자는 것이다. 그 가격도 문제지만 이용률이 13% 수준으로 낮고 값비싼 전기를 실어나르기 위한 고속도로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은 시시각각 일조량과 풍량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러니 전기가 남을 때는 배터리에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전기가 부족할 때는 배터리에서 전기를 빼서 쓰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가격이 엄청나다.

이 계획대로라면 전기요금은 10배 오를 것이다. 이래서야 기업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지 못할 것이다. 대선후보일 때에는 상충하는 공약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국정계획은 다르다. AI강국, 신성장동력 발굴육성, 제조강국, 내수 수출활성화, 벤처강국, 디지털자산 생태계 등의 계획은 모두 전력요금이 낮아야 가능한 것들이다. 그렇게 되면 오리가 다리를 절게 되어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그렇게 절박한 과제라면 원자력발전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고 전기요금도 낮아지고, 과도한 송전망 확충계획도 필요없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언했을 때, 전문가들은 전력요금의 상승, 한전부채의 증가를 예견했고 이 기간동안 한전의 부채는 100조 원에서 200조 원으로 늘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전기요금을 70% 인상하였지만, 여전히 한전의 부채는 늘어만 간다. 빚을 내어서 다시 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를 더 늘리자고?

2020년 8월 캘리포니아의 정전, 2021년 2월 텍사스의 정전, 올해 스페인 정전이 발생했을 때, 송전망의 투자부족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지만 결국 정전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무관하지 않았다. 전력요금을 인상하지 않고는 2가지 투자를 모두 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이를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논조로 볼 때, 대통령께서 전기요금이 10배까지 오를 것은 모르는 것 같다. 이건 산업의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KOSPI 지수 5천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산업활성화가 아니라 원화가치 폭락을 통해서 이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렇게 값비싼 전기요금을 내고는 기업 활동이 활발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기업적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내에 여러 목소리가 모두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관성이 없다.

전 세계가 다시 원전을 외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안정성과 가격문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데이터센터의 등장으로 원자력이 다시 각광을 받는 시점에서 국정계획을 수립한 사람들은 뭘 보고 이런 상충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일까?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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