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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공급과잉에 처한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370만t 줄일 예정이지만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실사 후 필요시 추가 감축을 요구할 계획이다. 나프타분해설비(NCC)에 주력했던 10대 석유화학업체들은 각자 감축 계획을 다음달 중 보고하면서 추가 감축 가능성까지 염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NCC 감축에는 노후 설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중단(셧다운)을 하되, 향후 석화업종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설비 관리에도 충실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NCC 비중이 상당한 10대 석유화학업체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에쓰오일 등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다음달 중 10대 석유화학업체들의 NCC 감축 계획을 보고받고 실사에 들어간다. 자율협약 방식이기 때문에 현재 감축 계획인 최대 370만t으로 적당한지 여부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270~370만t 감축 규모는 연간 생산능력 1475만t 중 18~25%에 해당하는데, 석유화학 관련 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진행한 컨설팅 용역으로 잠정 산출된 수치다.
자율협약도 구조조정 방식이기 때문에 협약에 따른 채권 동결 이후 채권은행들의 기업실사가 진행된다. 채권은행들은 실사 과정을 통해 BCG 컨설팅 수치보다 추가 감축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대 석유화학업체에게도 연간 생산능력의 25% 수준에 맞추되 추가 감축 가능성을 염두해 감축 규모를 최대치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요청했다.
다음달 10대 석유화학업체가 370만t 이상의 감축계획을 제시하면 그에 맞춰 자율협약을 진행한다. 자율협약이 시작되면 10대 석유화학업체들의 대출채권은 사실상 동결되고 금융권의 여신회수는 제한된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채무는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연기금과 개인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자율협약 범위에서 제외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회사채 등의 만기상환이 다가오면 대주주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상환 지원에 대해서는 대주주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환 방안에 대한 대주주 지원도 석유화학업체들의 자구책에 포함된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오는 10월 1000억원, 내년 2월 1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시설자금에 대해 일본 미즈호은행으로부터 빌린 1000억원도 오는 10월 만기 도래한다. 한화솔루션도 오는 10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2530억원이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NCC 감축 방식에 대해 '셧다운' 즉, 일정 기간 동안 가동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고 있다. 지난 2015년 해운업 구조조정 당시 한진해운 청산 등을 추진했지만 2022년 해운업이 되살아나면서 구조조정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했던 바 있다. 따라서 NCC 감축이라고 산단을 폐쇄하고 철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가동 중단으로 설비 관리에 주력한다. 해운업이 되살아나듯이 NCC가 다시금 활성화되면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석유화학도 기간산업인 만큼 청산보다 관리 감독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감축 계획과 함께 노후 설비 중심으로 가동 중단 범위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HD현대가 대산지역의 NCC에 대해 롯데케미칼 지분을 넘겨받으면 롯데케미칼 설비 중 얼마만큼을 가동중단할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NCC 가동 중단은 질소를 통해 설비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NCC 활성화 가능성을 대비할 계획"이라며 "NCC 감축 규모는 실사 후 필요시 추가 감축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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